너희가 초콜릿을 아느냐

"밸런타인 데이와 초콜릿이 무슨 연관이 있어? 제과업계의 상술에서 나온 국적 불명의 행사일 뿐이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다른 생각이 스친다. "올해는 초콜릿을 몇 개나 받을 수 있을까" "회사 동료들에게 '의리 초콜릿'이라도 돌려볼까".

해마다 이맘때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달콤한 초콜릿 향에 이끌리게 마련. 보통 2월 12~14일 사흘 동안 1년 초콜릿 판매량의 3분의 1 이상이 팔린다. 벨기에에서 쇼콜라티에(chocolatier.초콜릿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고영주씨는 "정확한 정보나 인식 없이 '남들이 하니까 나도'식으로 초콜릿을 소비하는 게 사실"이라며 "외국에서 들여온 식품들 중 초콜릿만큼 잘못 알려진 경우도 드물다"고 말한다. 다가오는 밸런타인 데이를 위해 그가 말하는 '초콜릿에 대한 편견과 진실'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거 알아?" 아는 체 한마디에 초콜릿의 달콤함이 더 진해지지 않을까. 선물의 의미가 더욱 깊어짐은 말할 것도 없고….

자료.사진 제공='고영주의 리얼 초콜릿'(비앤씨월드)

*** '달콤한 유혹' 초콜릿, 그 편견과 진실

카카오 많이 든 다크 초콜릿
다이어트 식품으로 쓰여

Q : 사랑의 묘약? ○

하필 초콜릿이 연인들끼리 주고받는 대표적인 선물로 꼽히게 된 이유는 뭘까. 약 3000년 전, 최초로 초콜릿을 먹기 시작한 고대 아즈텍 문명에서부터 초콜릿은 '사랑의 묘약'으로 여겨졌다. 아즈텍의 마지막 왕이었던 몬테수마가 하루 50잔씩 초콜릿을 마신 덕분에 수많은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단다. 전설적인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초콜릿을 정력의 원천으로 꼽았다고.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초콜릿에는 뇌를 자극해 각성 효과를 내는 카페인과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테오브로민이 들어있다. 또, 신경전달물질을 자극해 감각 정보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트립토판도 소량이지만 포함되어 있다. 우울할 때 초콜릿을 찾게 되는 것도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엔도르핀 분비를 자극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Q : 비만의 적? ×

체중을 줄이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식탁 위에서 치워버리는 음식 중 하나가 초콜릿. 하지만 적은 양으로도 공복감을 쉽게 잊게 만들고 스트레스도 풀어줄 수 있어 오히려 '다이어트 식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단, 이럴 때는 설탕과 유지방을 다량 첨가한 밀크 초콜릿보다는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 또한, 초콜릿 속에 든 카카오버터는 체내에 쉽게 흡수되지 않아 다른 지방에 비해 열량이 70% 정도에 불과하다. 적당히만 먹으면 다이어트 중이라도 얼마든지 초콜릿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

Q : 두통.변비.충치 유발? △

초콜릿을 먹고 "머리가 아프다"거나 "변비가 심해졌다"는 말을 가끔 듣게 되는데, 노년층이나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일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람에 따라 초콜릿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양이 천차만별인데 유난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에 두통이나 변비를 겪을 수 있다는 것. 반면 초콜릿이 충치의 주범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치의학 연구소에서는 "초콜릿 속에는 구강 내 세균발생을 억제하고 치아가 녹는 것을 막아주는 성분이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성분을 이용해 '초콜릿 치약'을 개발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단다.

Q : 중독성? ×

"밥보다 초콜릿에 손이 먼저 간다"며 '초콜릿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초콜릿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 클리닉이 운영되고 초콜릿 중독자를 위한 패치 제품이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초콜릿에는 대마초를 흡입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을 일으키는 '아나다마이드'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하지만, 워낙 소량이라 한꺼번에 약 7kg 이상의 초콜릿을 먹지 않는 한 중독증세나 환각증세를 나타내기는 어렵다. 미국 시펜스버그대 연구팀에 따르면 초콜릿 중독은 생리적인 부분보다는 문화.심리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