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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회고록'에 국민의힘 "허황된 소설…국민 판단에 맡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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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주석이 집필한 항일 회고록이 국내서 출판돼 '사실 왜곡'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김일성 우상화 실체를 깨닫게 해줄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국민의식과 체제의 우월성을 믿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자"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출판사인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전 8권)를 지난 1일 정식 출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서적은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1992~1997년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와 그 내용이 똑같다. [사진 교보문고]

한국 출판사인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전 8권)를 지난 1일 정식 출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서적은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1992~1997년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와 그 내용이 똑같다. [사진 교보문고]

지난 22일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에서 "(회고록은) 김일성이 주인공인 허황된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일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선전‧선동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되지만,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는 허구에 속아 넘어갈 국민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1일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세기와 더불어'라는 이름으로 김일성 회고록을 발간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하태경 "체제 경쟁 이긴 게 언젠데…청년층 기대 부응해야"

22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딨나. 높아진 국민의식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하자”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

하 의원은 "우리 사회도 시대변화와 높아진 국민의식에 맞춰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며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북한 책 금지하면 한류 금지하는 북한 비난할 자격이 있겠는가”라며 “북은 한류를 금지하더라도 우리는 북한 출판물 허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과시하자”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스1

하 의원은 27일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도 “한국이 북한한테 체제 경쟁에서 이긴 게 언젠데, 아직도 북한처럼 똑같이 제한을 하느냐"며 "한국은 북한하고 좀 달라야 한다. 북한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그만큼 국민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또 "특히 이번에 청년층이 대거 우리를 지지했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굉장히 청년들이 민감해서 그런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진중권 "하태경 많이 성숙해진 듯"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도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하 의원의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김일성 회고록은) 판타지 소설이다. 연식이 좀 있는 이들을 위한 독특한 장르다. 하태경 의원이 많이 성숙해진 듯”이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한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현재 경찰은 김일성 회고록과 관련한 다수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주로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에서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판매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27일에 법원에서 첫 심문기일이 진행되기도 했다.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도태우 변호사는 이날 재판정에서 "김일성을 찬양하는 책이 합법적 채널로 유통되는 것은 헌법에 나온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우리 체제를 수호할 수 있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밝혀주시라"고 요청했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은 고객 보호라는 명목으로 회고록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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