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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서 80명 감염…"알아서 살아남아야"하는 인도 교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도에선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으로 사망자가 늘며 시신을 불태우는 화장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에선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으로 사망자가 늘며 시신을 불태우는 화장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교민 사회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의료시스템 붕괴…"병원 세 곳 돌아 겨우 입원"

약 1만 명의 인도 교민 중 외교부가 파악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14명이다. 하지만 정확한 추계가 어려워 실제 확진자는 이보다 많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뉴델리 인근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에서 거주하는 교민 A씨(35)는 27일 “주변 한국인 지인만 5~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지난해 유행 때는 한국인 확진 소식은 별로 못 들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인 확진자도 많아서 그런지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루그람 내 아파트에선 집단 감염도 발생했다. 구루그람에 사는 박모(35)씨는 26일 “우리 아파트에서만 현재 확진자가 80명이 나왔고, 인근 아파트에선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온 상태”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특히 병상 부족 등 붕괴된 현지 의료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크다. A씨는 “주변 확진자 중에 산소포화도가 70%까지 떨어져 병원 세 군데를 돌아다니다 겨우 응급실에 입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씨도 “아파트에서 산소포화도가 낮은 위급한 환자가 발생해도 바로 입원할 수 없고, 알아서 조심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지 대사관 및 영사관 도움 없이는 중환자용 병실을 구하기가 어렵다.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의료용 산소를 구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인도대사관 이철희 영사는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선제적으로 병상을 확보하긴 어렵다”며 “확진 상황이 발생하면 한인회와 함께 바로바로 병실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사관에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 산소발생기를 3대 구비해놓고, 필요한 한국 국민 환자에게 약 4일 정도 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000명 이상의 교민이 사는 인도 남동부의 첸나이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상현 첸나이 한인회장은 27일 “첸나이(약 860만명 거주)에서 하루에 40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데, 델리의 추세를 15~20일 시차를 두고 뒤따라가고 있다”며 “한인회가 파악한 바로만 최근 한두 달 사이에 60~70명의 교민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27일 인도 노선 운항을 중단시켰지만, 교민을 태우고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은 허가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에어인디아 사무실이 항공편 운항 중단 이후 적막하다. 연합뉴스

정부는 27일 인도 노선 운항을 중단시켰지만, 교민을 태우고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은 허가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에어인디아 사무실이 항공편 운항 중단 이후 적막하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처럼 악화하면서 교민들의 '탈출 러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조 회장은 "이중 변이 소문도 돌고 지난해와는 공포의 차원이 다르다 보니, 귀국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부정기 인도 노선의 운항 허가를 중단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교민 사회가 동요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27일 교민을 태우고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은 허가 중단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2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만3144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2일 처음으로 30만명을 돌파한 후 6일 연속 30만명을 웃돌면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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