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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文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양산 주민들이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사저가 들어서는 양산 하북면 일대에 사저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지난 22일 걸려 있다. 사진 하북면이장단협의회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사저가 들어서는 양산 하북면 일대에 사저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지난 22일 걸려 있다. 사진 하북면이장단협의회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 철거 문제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대에 현수막을 내건 하북면이장단협의회는 지난 23일 현수막 철거자를 찾아 달라고 진정을 냈다.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27일 “수사 결과 한 용의자를 특정했고, 진정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용의자에게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나와달라고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용의자 특정…조만간 출석 통보”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하북면이장단협의회를 비롯해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청년연합회 등 17개 단체가 지난 21일 하북면 일대에 현수막 44개를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사저 건립을 중단하라’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 공정, 정의, 평등이냐’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 하나로 충분하다. 대통령 사저 건립 OUT’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현수막은 걸린 지 반나절만인 지난 22일 오전 37개가 철거됐다. 14개는 양산시가 불법 현수막이어서 내렸다. 하지만 나머지 23개는 누가 손댔는지 모르는 상태다. 이장단협의회 관계자는 “현수막이 내걸린 장소에 대부분 폐쇄회로TV(CCTV)가 있어 철거자가 찍혔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에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사저 전경. 경남 양산시 통도사 인근에 있는 평산마을에 있다. 송봉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사저 전경. 경남 양산시 통도사 인근에 있는 평산마을에 있다. 송봉근 기자

하북면 주민 “사저 건립 후 불편 논의하자 했지만 퇴짜”

주민들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이 사저를 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겼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반대로 돌아섰다. 정용구 이장단협의회장은 “사저 건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지난 10개월 동안 5차례나 양산시에 건의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고향으로 갔지만 문 대통령이 연고도 없는 마을에 살겠다면서 주민과 소통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북면 주민들은 사저가 들어선 이후 발생할 차량 정체와 주차난, 소음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정 회장은 “주말이면 통도사에 오는 차가 줄을 잇는데 대통령이 와서 살면 방문객이 더 늘어날 게 뻔하고 경호로 인한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며 “도로 확장은 물론 주차장 확충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북면 주민은 8400여명이다.

사저 건립을 주관하고 있는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 8일 평산마을 이장 등 주민 10여명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염화득 평산마을 이장은 “경호처에서 사저 공사가 조만간 시작되니 불편하더라도 협조 바란다고 요청했다”며 “평산마을 주민은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공청회는 30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평산마을은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의 자연마을 3곳(지산마을·서리마을) 가운데 하나다.

사저 건립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양산시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주민간담회를 지난 23일로 앞당겨 열었다. 주민간담회에는 김일권 시장과 지역구 시의원 2명, 단체대표 1명만 참석했지만, 주민 대부분은 불참했다. 이 바람에 간담회는 30여 분 만에 끝났다. 양산시 관계자는 “간담회가 다시 열린다면 주민들이 우려하는 주차장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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