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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빌려주고 고용의사로 일해도 불법…法 "면허취소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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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무장 병원’에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의사 면허가 취소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전 마취과 전문의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치과 이미지 (※본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중앙포토]

치과 이미지 (※본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중앙포토]

A씨는 자신의 전문의 자격증을 빌려줘 치과의사인 B씨가 일반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의료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돼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받았다. A씨는 2015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B씨가 설립한 병원에 고용돼 일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 14억여원의 요양급여를 수령한 혐의도 받았다.

의료법에 따라 치과의사인 B씨는 '치과병원'이나 '치과의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하지만 마취과 전문의인 A씨 명의를 빌려 치과의사가 개설할 수 없는 병원을 개설하다 적발됐다.

보건복지부는 판결이 확정된 후인 지난해 4월 A씨에게 의사로서 결격 사유가 발생했다며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 받지 않기로 획정되지 않은 자’를 결격사유로 규정한다.

서울 행정법원. 연합뉴스TV

서울 행정법원. 연합뉴스TV

A씨는 보건복지부의 처분에 불복해 “병원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환자들을 진료했고 B씨는 치과의사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 회사를 통해 병원 개원 및 운영업무를 보조해준 것일 뿐 ‘사무장 병원’과는 다르게 운영됐다”며 지난해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A씨가 B씨에게 고용돼 그 명의로 병원 개설 신고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행정재판에서 뒤집을 수 없다.

A씨는 “형사재판에서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가 함께 처벌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만 판단을 받았다면 벌금형만 선고됐을 것이란 취지다. 이에 재판부는 “관련 형사판결의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가정적 주장에 불과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형사판결에서 유죄로 확정된 사기죄 역시 의료법에서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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