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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 '12시간의 지옥'···"구조단장 가족도 살인 도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응급구조사가 사망하기 한달 전 쯤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응급구조사가 사망하기 한달 전 쯤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지난해 12월 경남 김해의 한 사설응급구조단에서 부하직원인 응급구조사를 때려 숨지게 한 구조단장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이 구조단의 본부장 등도 살인 방조와 상습공갈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 구조단 대표 등 3명 검찰 송치

김해서부경찰서는 구조단 법인대표 B씨(30대·여), 본부장 C씨(30대·여), B씨가 운영하는 식당 주방장 D씨(30대·여) 등 3명을 살인방조와 상습공갈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구조단의 단장 A씨(43)는 지난 1월 1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1시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김해 시내의 한 구조단 사무실에서 응급구조사(43)의 얼굴 등 머리와 가슴, 배 등을 수십회 이상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폭행 하루 전인 23일 응급구조사가 차 사고를 일으켰고, A씨가 이를 처리하는 응급구조사에 불만을 품으면서 시작됐다. 폭행 현장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A씨는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한다”, “너는 사람대접도 해줄 값어치도 없는 개XX야”라고 말하며 여러 차례 응급구조사를 때리는 현장음이 들린다. 그런 뒤 구조사가 넘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뒤 “팔로 막아?”, “안 일어나”, “열중쉬어, 열중쉬어”, “또 연기해”라는 A씨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경찰 조사 결과 12월 24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A씨의 폭행은 12시간이 지난 25일 오전 1시까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구타를 당해 몸을 가누기도 힘든 응급구조사를 사무실 바닥에 방치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경찰은 응급구조사가 많은 부위를 맞아 그 충격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과 외인성 쇼크사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5일 숨진 응급 구조사가 폭행을 당한 뒤 구급차에 태워져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기 직전의 모습. JTBC

지난해 12월 25일 숨진 응급 구조사가 폭행을 당한 뒤 구급차에 태워져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기 직전의 모습. JTBC

당시 폭행이 이뤄진 시간에 A씨의 부인인 구조단 대표 B씨와 본부장 C씨 등이 사무실에 같이 있거나 들락거린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폭행이 이뤄진 다음 날인 12월 25일 오전 9시 50분쯤 A씨가 B·C·D씨와 함께 구조 차량에 응급구조사를 태워 구조사의 주거지로 이동한 후 사망한 사실을 알고도 약 7시간을 지연 신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B·C·D씨에게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한 이유다. 또 B·C씨에게는 숨진 구조사에게 벌금 등의 명목으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상습공갈)한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구조사 주변인 말을 종합하면 A씨가 장기간 구조사와 주종관계를 형성하며 상습적으로 폭행과 학대 등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 등 다른 피의자도 이런 범죄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드러나 추가로 송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해=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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