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루게릭 ´눈´으로 쓰다 ④ "내가 잊혀지더라도 난 늘 거기 그렇게 … "(끝)

중앙일보

입력

9~11일 본지에 실린 '루게릭 눈으로 쓰다' 연재물의 주인공 박승일(34)씨와 그 어머니 손복순(64)씨가 그간의 기사를 읽고 취재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3년 반 동안 아들을 곁에서 돌봐온 손씨는 '루게릭병 아들을 둔 심정'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보건당국 책임자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인터넷 중앙일보에서 기사를 읽어온 승일씨는 사회가 루게릭병 환자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내가 잊혀지더라도 난 늘 거기 그렇게 … "
루게릭 투병 박승일씨 본지에 e-메일

예전에도그랬고현재도

그리고미래엔더욱더그러할테고

세상엔아프고힘들고안타까운사연들많고많아

오늘의안타까운사연

금방터지는다른새로운사건사고들

3년전각종매스컴에오르며

세상속에나란존재가입에오르내리며

언제까지나영원할것같았지만

그영원은다른사연속에묻혀

나도내이야기도루게릭홍보도잊쳐졌죠

그래요

이번일로나또잠시세상사람입에생각에

잠시머물다시간이지나면다시잊쳐지더라도

난늘거기그렇게있으니

나같은환우들관심사인황우석팀외에도

다른사람들이곳저고에서

우리들을위해수고하시는분에게도관심과기대를

그리고나같은환우들에게도같은관심을주세요

관심을다른말로한다면

'삶의끈'이라할수있으니까요

*박승일씨는 '안구마우스'(눈의 깜박임을 문자로 인식하는 장비)의 도움을 받아 e-메일을 썼습니다. 사용하는 데 엄청난 힘이 들어 띄어쓰기를 하지 못하고 군데군데 철자가 틀리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손복순씨 보건당국에 호소 편지

어제는 울음을 참으며 동네 목욕탕에 갔습니다. 집에서, 아들 앞에서 울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들을까봐 구석에서 샤워기 물을 세게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항상 곁에서 돌봐온 아들이라서 그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힘들었는지…. 신문을 보고서야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아들의 고통을 100% 헤아리지 못해 온 것 같네요.

3년 반 가까이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으로 지내다 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루게릭병은 매우 특별합니다. 그래서 환자 가족들도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우선 정부가 고용한 사회복지사가 가정방문을 하는데, 그건 환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예산을 환자에게 나눠줘 간병비에 단 몇만원이라도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간병인들은 루게릭병 환자를 맡지 않으려고 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 나라에서 이들에게 간단한 간병법을 가르쳐주는 건 어떨지요.

무엇보다 전문 요양소가 필요합니다. 아들이 신문사에 보낸 편지에 루게릭병을 '물귀신'이라고 표현했더군요. 가족 중에 루게릭병 환자가 생기면 모든 식구가 간병하는 데 끌려들어가게 됩니다. 돌봐줄 가족이 없는 루게릭병 환자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부쩍, 아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인공호흡기가 갑자기 멈춰섰을 때 응급조치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3분 내에 조치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한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손이 느려지네요. 내가 쓰러지면 아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정말 암담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