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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이어 얀센도 혈전 우려···그뒤엔 '아데노 백신' 30년 흑역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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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얀센(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글로벌 제약사 얀센(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미국 보건 당국이 13일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중단하면서 국내 백신 정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얀센 백신뿐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얀센·AZ백신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 #선천성질환·에이즈 백신 실패 30년 경험 #14일 새벽 미국 CDC 조치 내놓을 듯

얀센과 AZ 백신은 플랫폼(제조방식)이 같다. 아데노 바이러스를 활용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다. 아데노 바이러스를 다른 바이러스 주형에 주입한 뒤 인체에서 투입해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차이라면 AZ백신은 침팬지에만 감염되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얀센은 인간의 아데노 바이러스(26번)라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이르면 14일 새벽(한국시각)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얀센 백신 문제를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서 향후 방침을 내놓을 것으보인다. 유럽의약품청(EMA)은 7일 밤 "희귀한 혈전(피떡)이 AZ 백신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중앙예방접종센터장)는 "세계 전문가들이 그동안 (희귀 혈전 문제가) AZ백신만의 문제일지 눈여겨봐 왔는데 얀센 백신에서 문제가 터지면서 아데노 벡터 백신의 전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어느 한 곳(EMA를 지칭)에서만 문제 있다고 주장하면 '아직 확인된 게 아니다'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데(CDC를 지칭)서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 학술적으로 인정받게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혈전 문제가 AZ 백신에 국한된 게 아니라 아데노 벡터를 이용한 백신 플랫폼(생산방식)의 문제로 확대되면 차원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그동안 미국에서 아데노 벡터를 이용한 백신의 실패가 이어졌다. 이런 경험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얀센 문제도 금방 결론을 낼 것"이라며 "만약 미국 CDC가 EMA와 유사한 결론을 내면 아데노 벡터 방식의 백신(AZ·얀센)을 더 회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데노 벡터 방식의 백신 때문에 매우 골치 아프다. 백신이 혈전을 야기하는 경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혈소판에 문제를 일으키고 혈전을 야기하는 문제점이 (백신 개발 과정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며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혈전이 생기는 것은 너무너무 희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데노 벡터 방식의 백신에는 약 30년의 흑(黑) 역사가 있다. 1999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유전자치료센터가 제시 겔싱어(당시 18세)에게 아데노 벡터를 이용한 백신을 투여했다. 겔싱어는 선천성 유전병 (간세포가 암모니아 분해 효소를 만들지 못하는 유전병)을 앓고 있었다. 아데노 벡터에 정상 유전자를 넣어서 만든 백신을 문제의 세포에 투여했다. 하지만 극심한 염증 반응이 발생했고 여러 장기 손상으로 4일만에 숨졌다.

미국 주도로 2004~2007년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아데노 벡터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카리브연안국·남아공·호주 등 34개 지역에서 진행했다. 2009년 중간 분석 결과, 백신투여 그룹은 741명, 위약(가짜약)그룹은 762명이 참여했다. 백신 그룹은 1년에 5.1%, 가짜약은 2.2% 감염됐다. 아데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진 사람이 에이즈(HIV 바이러스)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오자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그 이후 아데노 벡터를 이용한 말라리아 백신, 에볼라 백신(얀센) 임상시험을 했다. 하지만 말라리아 7개 임상시험에 396명이 참여했고, 에볼라 시험에는 우간다·시에라리온·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2만여명 이상이 참여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코로나19보다 훨씬 적었다.

이번에 영국에서는 2200만명, 유럽에서는 1000만명이 AZ백신을 맞은 뒤 희귀 혈전과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100만명 중 4~5명이 혈전이 생기고 이 중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케이스는 더 적다"며 "수천명에게 접종하니까 혈전 문제를 인지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명돈 교수는 "아데노 벡터 백신의 역사를 의식해 그간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는데 '역시나'로 가는 것 같다"며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 당사자가 (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며 "백신과 혈전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나온다고 해도 백신을 맞는 이득이 위험보다 큰 그룹이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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