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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대북전단법 청문회…한국 인권 문제, 세계 생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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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는 15일(현지시간) 미 의회가 여는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청문회가 정부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열린다. 미 의회가 한국 인권을 주제로 첫 청문회를 여는 것이다.

“시민의 자유 묵살 심각한 우려” #톰 랜토스 인권위가 15일 개최 #대북 강경파 위주로 증인 선정

청문회를 여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2008년 미 하원 산하 정식 조직으로 승인됐고, 상임위와 달리 가입을 희망하는 의원들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초당적 기구다. 현재 39명의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상임위처럼 의결 권한은 없다. 정부가 톰 랜토스 인권위의 청문회 개최를 미 의회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긋는 이유다.

하지만 톰 랜토스 인권위의 활동 역사를 보면 정부가 이번 청문회 개최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국내·외 인권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확보해온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단 금지법과 관련한 논의는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20선의 공화당 중진 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한국이 근본적인 시민의 자유를 묵살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맥거번 의원은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하원 규칙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앞서 두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현재 공석인 미 국무부의 대북인권특사를 임명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달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화상으로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누구든, 언제든 청문회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한국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청문회의 주제는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이다. 한국의 전단 금지법이 ‘자유권 규약’으로 불리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침해했는지, 침해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최소한으로 범위를 제한했는지 등에 대한 의견 진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청문회에서 전단 금지법이 한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대북 정보 유입을 방해해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을 저해한다고 의견이 모일 경우 향후 의회 전반으로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향후 미 하원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입법 조치와 대북 정보 유입을 지속하기 위한 예산 확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데 정부가 너무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청문회가 예고된 뒤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전단 금지법의 취지 등 관련 입장을 전달해왔다. 특히, 청문회 개최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국무부를 상대로 정부 입장을 설명했는데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자 오히려 국무부가 개최에 크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무부는 최근 발간한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도 전단 금지법을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부 노력에도 결국 청문회가 개최되고 증인도 대북 강경파 위주로 선정된 점 등은 전단 금지법과 관련한 미국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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