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ㆍ터키, 조류독감 비상… 가금류 살처분

중앙일보

입력

동유럽 루마니아에 이어 터키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 조류독감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루마니아와 터키는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지역 가금류 수천 마리를 살처분하고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터키는 에게해 연안 한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처음 보고됨에 따라 9일 조류와 다른 동물 수천 마리를 살처분했다.

정부 당국은 지난주 칠면조 2천 마리가 조류독감으로 폐사한 발리케시르주 키지크사 구역 농장 주변 3㎞ 이내 지역을 검역지역으로 설정했다고 CNN 터키 방송은 보도했다.

당국은 가금류 2천500 마리를 도살한 뒤 석회수를 뿌린 구덩이에 묻었으며, 집 잃은 개와 비둘기들도 살처분했다.

보건부는 최근 동남아시아 일대를 휩쓴 치명적인 조류독감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사회에 전반적인 위협을 제기하는 그런 종류의 조류독감일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부는 또 조류독감이 가금류가 아닌 사람에게 어떤 위험도 주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건부 관리들은 조류독감 발생 사실이 8일에야 뒤늦게 공개됐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가축 전문가들은 칠면조를 집단 폐사시킨 조류독감이 구체적으로 어떤 바이러스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관영 아나톨리아통신은 문제의 바이러스가 H5형에 속한다는 것까지는 파악됐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칠면조들이 러시아의 우랄산맥을 넘어 날아온 철새들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 일대를 휩쓴 조류독감 바이러스 H5N1은 조류 수백만 마리의 죽음과 함께 동남아 주민 116명을 감염시켰고, 60명이 넘는 인명을 희생시켰다. 보건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 사이에 쉽게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할 경우 세계적인 유행성 독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터키에 앞서 루마니아 정부도 7일 동부 다뉴브 삼각주 지역에서 오리 3마리와 백조 1 마리가 조류독감으로 폐사했다고 보고했다.

정부 당국은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지역의 동물 이동을 금지하고, 가금류 1천500 마리를 살처분했으며 앞으로 수일 동안 추가로 4만 마리 가금류를 살처분할 예정이다.

게오르게 플루투르 루마니아 농무장관은 9일 관영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과학자들이 아직 오리를 감염시킨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아시아와 러시아 일부 지역을 강타한 치명적인 종류의 바이러스는 아닌 것 같다고 추정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9일 루마니아와 터키의 조류독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앙카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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