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새 노안 치료법 개발한 재독 동포 의사

중앙일보

입력

스벤 리(37) 박사는 재독 한인 2세다. 그는 독일에서 특허를 받은 시력 교정술 'ASA80'으로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과 의사다. 이 기술은 외과 수술로만 가능했던 노안 치료를 레이저 시술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부친인 이수길(76) 박사의 영향으로 의학도의 길을 걷게 됐다. 부친인 이 박사는 서울대병원 소아과 의사로 일하던 1960년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 마인스대학에서 소아과 과장 등을 지낸 뒤 74년부터 2000년까지 독일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60년대 말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간 우리나라 의사.간호사.광원들의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했다. 말도 풍속도 낯선 독일로 온 동포들의 어려움을 돕느라 이 박사는 항상 분주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인 간호사나 의사들로 항상 집안이 북적거렸어요. 의사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죠."

신경외과를 전공한 스벤 리가 안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 세계적 안과의사인 다우쉬 박사를 만나면서부터다. 다우쉬 박사는 근시 교정만 가능했던 레이저 치료법을 원시와 난시에도 적용한 인물이다. 다우쉬 박사 연구팀에 들어간 그는 라식 수술이 초고도 근시(디옵터 8.5 이상) 환자에겐 효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통계로 증명했다. 최근엔 그가 발명한 새 레이저 치료법 ASA80의 임상 치료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이 치료법으로 시력을 회복하게 된 이들은 약 400명. 올 초부터는 중앙대병원 등 10여개 병원과 공동으로 국내에서도 시술을 시작했다. 4월엔 중앙대 의대 교수로 강의도 시작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이라는 걸 잊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선지 독일인보다 우수해져서 자랑스런 한국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는 최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게 특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제 연구가 한국인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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