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아줌마] 사고 싶으면 살 빼라? 요즘 옷들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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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휴대전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들을 보면 예전과는 다른 경향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휴대전화 마케팅 시장은 다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출시된 모토로라의 레이저라는 제품을 필두로 날씬한 슬림형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능성은 기본이고 이젠 패션성, 특히 얼마나 얇게 만들 수 있느냐로 업체간 경쟁이 옮겨 붙은 셈이다.

이 같은 슬림 열풍은 휴대전화 시장뿐만 아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다이어트다 노출 패션이다 하면서 마른 체형이 각광을 받아온 세태가 휴대전화에까지 영향력을 미쳤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백화점에 가서 옷을 고를 때면 화가 날 때가 많아요. 나중에 살 빼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밖엔 안 들어요."

여성들의 이런 반응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한국 여성들은 아주 조금의 살집도 거의 사형선고로 받아들이지 않는가.

젊은 여성들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는 청바지. 이젠 부담 있게 입어야 할 판이다. 떠오르는 패션 아이템인 프리미엄진을 보면 밑위가 짧은 로라이즈 스타일에 바지통은 나날이 좁아져 스키니진(일명 스킨바지)이라 불리는 달라붙는 청바지까지 나왔다. 엉덩이 살도 서러운데 종아리가 굵다면 아예 프리미엄진은 포기해야 할 정도다.

남성복도 마찬가지다. 메트로섹슈얼을 대변한다는 패션 아이템 꽃무늬 셔츠는 허리가 잘록한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배가 나오면 절대로 메트로섹슈얼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바지는 또 어떤가.'턱(tuck)'이라 불리는, 허리 벨트 부분에서 수직으로 바지 앞 판에 잡은 주름은 아예 사라지고 있다. 주름이 많이 잡힐수록 바지가 넓어져 배 나온 사람도 편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남성 정장 바지에선 보통 1~2개 정도 턱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비즈니스 정장에선 턱이 없는 바지도 많다. 회식과 스트레스로 살이 찌는 비즈니스맨들에겐 정장으로 뱃살을 가릴수 있는 권리마저 없어진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 하나. 한국을 찾는 세계적인 패션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여성들이 날씬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날씬한 여성이 많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단다. 패션 선진국이라는 나라에 가도 한국만큼 거리에 마른 여성이 많은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 여성의 몸매에 대한 자기 검열은 지나치다고밖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 여성들은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문득 생각난다. 당신도 마를수록 맵시가 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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