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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시작부터 삐걱?…자치경찰위원 후보 부적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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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 사진 인천시

인천시청. 사진 인천시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천 자치경찰을 관리할 인천 자치경찰위원회 인선에 잡음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가 자치경찰위원 후보 중 부적합한 인물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천지부(민변 인천지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신두호(67) 후보는 자치경찰위원으로 부적합하다”며 “박남춘 인천시장에 임명을 거부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치경찰제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 교통, 학교 폭력 등 업무를 시·도지사 책임 아래 경찰이 수행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 관련 중요 사건·사고 및 현안을 점검하고 사무 감사 등을 한다. 위원회는 시의회·국가경찰위원회·시 교육감 등이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하는데 신두호 전 인천경찰청장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추천을 받았다.

“인권 감수성 없는 후보에 반대”

민변 인천지부 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 촛불 집회 진압 관련해 신 전 청장 등을 징계 조치하라고 권고한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인권위는 2008년 6월 안국동 로터리 부근 진압 작전과 같은 달 28일 태평로와 종로에서 진행된 진압 작전으로 발생한 인권침해행위에 신 전 청장 등이 지휘책임이 있다고 봤다. 신 전 청장은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이었다. 신 전 청장이 2009년 용산참사 때 기동대 투입 등 현장 진압 작전을 총괄해 과실치사상 혐의와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사실도 언급했다. 당시 검찰은 신 전 청장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시민의 생활안전을 책임지는 자치경찰위원은 누구보다 인권 감수성이 뛰어나야 하는데 경찰 재직 당시 과잉 진압 전력이 있는 신 후보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련 법률에 명시돼있는 대로 인권 감수성이 있는 새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9조 3항은 위원 중 1명이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인천시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사유는 자치경찰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후보를 상대로 정당 당원 여부, 공무원 퇴직 후 3년이 지났는지 등 결격사유를 조사한다. 인권 관련 부분은 결격사유에 따로 명시된 것은 없다”면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으니 해당 후보를 추천한 국가경찰위원회와 이야기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두호 전 청장은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에 대해 “현재로써는 공식적으로 답변드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자치경찰제 관련 마찰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자치경찰 조례안'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사전 협의 없이 지자체 업무가 경찰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긴급신고 출동의 인력부족으로 치안공백이" 우려 된다며 조례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1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자치경찰 조례안'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사전 협의 없이 지자체 업무가 경찰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긴급신고 출동의 인력부족으로 치안공백이" 우려 된다며 조례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1

자치경찰제 시행 과정에서 광역자치단체와 경찰 간의 갈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역자치단체는 자치경찰제 시행에 앞서 조례를 제정하는데 대부분 경찰청의 ‘표준 조례안’을 근거로 만든다. 표준 조례안 2조 2항은 자치경찰 사무 범위와 관련해 ‘광역단체장은 지방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규정을 사실상 강제 사항으로 보는 반면, 지자체는 자치권이 우선이라며 임의규정이라고 본다. 충북과 경기·전남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자치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표준 조례안 준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천에서는 경찰의 반발을 고려한 시 의회가 2조2항을 강제 규정으로 보고 조례를 통과시켰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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