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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수익률 쫓는 ‘동학연금’…작년에만 4조 뭉칫돈 몰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달 평균 24만4000원을 받는다. 낮은 수령액과 증시 활황 속에 연금저축펀드로 이동하는 가입자가 늘었다. 셔터스톡

지난해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달 평균 24만4000원을 받는다. 낮은 수령액과 증시 활황 속에 연금저축펀드로 이동하는 가입자가 늘었다. 셔터스톡

직장인 A(43)씨는 지난해 증권사를 찾아 연금저축보험에서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탔다. 수년간 연금저축보험으로 돈을 굴렸지만, 연간 수익률은 1~2%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가가 들썩이자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그는 갈아타자마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지난해 ‘동학개미(개인투자자)’ 열풍 속에 4조원 상당의 뭉칫돈이 연금저축펀드에 몰렸다. 코스피가 30% 급등하면서 신규 계약이 약 47만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신규 계약은 1년 전보다 279% 증가했다.

지난해 돈 몰린 연금저축펀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돈 몰린 연금저축펀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난해 연금저축 운용현황 분석결과를 6일 공개했다. 지난해 연금저축 적립금은 151조7000억원으로 전년(143조4000억원)보다 5.7%(8조3000억원) 늘었다. 연금저축은 5년 이상 계좌에 돈을 넣은 뒤 55세 이후 연금으로 돌려받는 노후 대비용 금융상품이다. 상품은 크게 은행의 연금저축신탁과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로 구분된다.

이 중 두드러지는 것은 연금저축펀드의 성장세다.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9000억원으로 1년 사이 30.5%(4조4000억원) 늘었다. 반면 연금저축보험(109조7000억원)은 전년 대비 3.8% 오르는 데 그쳤다. 연금저축신탁(17조6000억원)은 2018년 신규 판매가 중단된 영향으로 증가 속도(0.7%)는 둔화했다.

연금저축 월평균 수령액 24만원    

연간연금수령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간연금수령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금저축펀드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수익률’이다. 지난해 전체 연금저축상품의 월평균 수령액은 24만4000원에 불과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지난해 8월 기준 54만원)을 합쳐도 78만4000원에 그쳤다. 다른 소득이 없다면 노후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낮은 수익률에 실망한 연금저축 가입자가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연금저축펀드다. 증시 활황 속에 연금저축펀드 수익률은 17%를 넘어섰다. 2019년(10.5%)에 이어 2년 연속 10%대 수익률이다. 반면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큰 연금저축보험이나 연금신탁의 연간 수익률(1.6~1.7%)은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세제 혜택을 제외한 수익률로만 따지면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익률’ 쫓기에 앞서 중장기 목표를 세워 장기간ㆍ안정적으로 돈을 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금저축상품 특성상 중도에 해지하면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을 받았다면 납입 금액과 운용 수익에 16.5%(기타소득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강창희 트러스톤연금포럼 대표는 “연금저축은 연령대별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며 “적어도 40대 초중반까지는 주식비중을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운영하다 이후 투자 손실을 점차 낮추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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