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손 씻는 것 잊지 마

중앙일보

입력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면서 감염병과 피부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선 각종 미생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는 데다 땀이 피부 자극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런 현상은 활동량이 많고 체온조절 중추와 땀샘 분비 등이 미숙한 어린이에게 더 심각하다. 복더위로부터 내 아이 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아본다.

◆바이러스.세균.모기가 원인인 감염병=해마다 이 시기면 장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등장한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장바이러스는 한여름 어린이 열병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무균성 뇌(수)막염을 잘 일으킨다"고 밝힌다. 물론 뇌막염 이외에 인두염.편도염.폐렴.입안 물집.수족구병 등의 원인이 된다.

무균성 뇌막염은 뇌를 둘러싼 막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병. 열이 나면서 뇌압이 상승해 두통과 뿜듯이 토하는 구토, 뒷목 뻣뻣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뇌압을 떨어뜨리는 보존적 치료 등으로 1~2주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낫는다.

장바이러스의 감염원은 환자의 대변이다. 즉 대변을 통해 나온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엄마와 아이가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과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이 시기엔 세균 감염도 문제다. 세균은 바이러스보다 증상이 위중한 것이 특징. 역시 철저한 손 씻기와 음식을 끓여 먹어야 예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끓인 음식이라도 식기가 불결하면 감염된다"며 "여름철엔 식기.도마.칼 등에 대한 소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말라리아도 있다. 한강 이북과 휴전선 지역 등에 거주하거나 여행할 땐 말라리아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 토착화된 3일열 말라리아는 예방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모기 퇴치용품, 곤충기피제 등을 사용해 모기에 안 물리도록 해야 한다.

올해 일본뇌염 주의보는 4월 26일부터 발령된 상태. 다행히 일본뇌염은 예방백신이 있다. 이 교수는 "어린이들은 첫돌 이후 첫 접종을 한 뒤 한두 주 후 2회, 12개월 후 3회, 만 6세, 만 12세 등 모두 5회 일본뇌염 예방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더위로 인한 피부병=가장 흔한 것이 땀띠다. 덥고 습한 날씨로 땀샘이 막혀 땀이 분비되지 못해 생긴다. 피부가 약하고 땀샘 기능이 미숙한 세 돌 이전 어린이들이 취약하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땀띠를 방치하면 곰팡이 균이 잘 생길 뿐 아니라 긁다가 2차성 세균에 감염된다"고 말한다.

어린이는 활동량도 많고 특히 영아들은 기저귀까지 차기 때문에 어른보다 더 얇게 입혀야 한다.

아이가 더워서 땀을 흘릴 땐 씻겨 줄 것. 샤워가 어렵다면 물수건으로 땀을 수시로 닦아 줘야 한다. 이후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야 한다. 습기제거 효과가 있는 땀띠분이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바르면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분가루가 서로 엉기지 않도록 잘 털어가면서 얇게 발라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여름철에도 샤워 후 보디로션 등 보습제를 발라 주는 게 좋다.

물놀이 등 어린이들끼리 피부접촉을 통해 생기는 농가진도 흔하다. 원인은 연쇄상구균. 가렵고 진물이 나며 딱지가 생긴 뒤 고름이 찬다. 이 교수는 "초기엔 항생제 연고만 발라 줘도 1주일 정도 지나면 낫지만 병변이 여기저기 많아지면 먹는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밝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