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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빈집 월세 6개월 냈다…일각선 "구미 친모 임신거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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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검찰이 경북 구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로 지목된 A씨(48)를 5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10일 사체 발견 신고 후 5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많아, A씨가 향후 재판에서 어떤 주장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경찰이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한 A씨의 기소 여부를 이날까지 결정해야 한다. A씨의 구속 기간이 이날 만료돼서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구속 기간은 10일인데 검찰은 이를 한 차례 연장하면서까지 법리 적용을 신중히 검토해왔다.

 현재 A씨가 받는 혐의는 사체유기 미수와 아기 바꿔치기(미성년자 약취)다. 이중 숨진 여아에 대한 사체유기 미수는 A씨의 자백을 토대로 혐의가 입증됐다.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9일 딸 B씨(22)의 집에 들렀다가, 숨진 여아를 발견했다. A씨는 바로 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신을 자신이 치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시신 유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A씨는 “시신을 상자에 담아 어딘가로 옮기려고 했지만, 갑자기 바람 소리가 크게 나 공포감을 느끼고 시신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다음날 A씨 남편이 경찰에 신고했다.

 두 번째는 자신의 딸 B씨가 낳은 아기를 상대로 한 아기 바꿔치기 혐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앞서 발견된 아기의 친모로 A씨가 지목됐다.

빈집에 6개월간 월세 냈다  

 하지만 아이를 A씨가 바꿔치기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경찰은 B씨가 딸을 낳은 2018년 3월 30일 직후 산부인과에서 A씨가 아기를 바꿔치기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바꿔치기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 결정적 증거는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 혈액형 분석 결과와 달라진 아기 몸무게 등을 토대로 한 정황 증거만 있다.

 특히 A씨 부부가 마련해준 윗집에 살던 딸이 떠났는데도 빈집에 6개월간 월세를 냈다는 점 등을 토대로 A씨와 B씨가 범행을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의 남편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집을 해줬고, 딸이 이혼하면서 지난해 8월 집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이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며 “강제로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지난 2월 계약 만료 시점까지 월세를 내고 만료될 때쯤 집에 가본 것이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임신거부증(pregnancy denial)’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임신거부증은 여성이 특정 이유로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임신거부증 증상이 심하면 산모는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태아가 숨어서 자라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서래마을 영아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한국에 거주하던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가 영아 두 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냉동고에 넣어 2년 넘게 방치한 바 있다. 임신거부증이 있었던 그는 경찰에 “내가 낳은 아이를 죽인 게 아니라, 내 뱃속에서 나온 일부를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지목된 A씨가 지난달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지목된 A씨가 지난달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재판 통해 미스터리 풀릴까 

 전문가들은 현재 정황적 증거가 대부분인 만큼 오는 9일 열리는 B씨의 첫 공판과 A씨의 재판 과정 중에 미스터리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검찰의 기소 결정이 임박했지만, A씨는 여전히 출산한 사실이 없고 아기 바꿔치기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B씨는 지난달 10일 살인과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오는 9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재판 중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경우 A씨의 모든 주장이 무너지면서 입을 열 가능성이 크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판 중에 숨진 아이의 친부나 사라진 아이의 행방 등 명백한 증거가 등장하면 결백을 주장했던 A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모든 혐의를 자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씨의 형량은 어느정도 될까.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는 10년 이하 징역, 사체유기 미수죄는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다만 경찰이 모은 정황 증거를 재판부가 개연성 있는 법적 증거로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승 연구위원은 “살인 후 사체유기를 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와 살인을 하지 않고 단순히 사체유기 미수에 그친 상황의 형량은 확연히 다르다”며 “A씨가 다른 어떠한 죄도 저지르지 않고 유기미수만 했고 거기다 아기 바꿔치기는 무죄가 된다면 집행유예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그는 “재판부에서 두 혐의 모두 인정한다면 사실상 아기를 바꿔치기해놓고도 행방을 숨기는 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중형을 선고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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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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