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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구미 '셀프 출산' 검색 미스터리…"생산직이라 PC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생산직인데 PC?” 수사단서 반박  

경북 구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인 A씨(48)가 출산을 앞두고 ‘혼자 아이 낳는 방법’에 대해 검색했다는 것에 대해 A씨 가족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아이 낳는 법’ 검색 기록은 경찰이 A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중요한 정황 중 하나로 꼽는 단서다.

A씨 가족들 “PC·스마트폰, 둘 다 가능성 없어”

A씨의 가족은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회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쓰는 컴퓨터가 없었고, 휴대전화는 지난해 교체했다”며 “경찰이 무슨 근거로 아이낳는 방법을 검색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경찰이 지난 24일 “A씨가 근무한 회사를 압수수색한 결과 등을 통해 A씨가 출산이 임박한 시기 ‘혼자 아이 낳는 방법’에 대해 검색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하지만 이후 경찰은 A씨가 어떤 전자기기를 이용해 이른바 ‘셀프 출산’ 관련 검색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PC로 검색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경북 구미경찰서 전경. 김정석 기자

경북 구미경찰서 전경. 김정석 기자

A씨 측은 “PC와 스마트폰 모두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A씨 가족은 “(A씨) 회사에는 개인적으로 쓰는 PC가 없어 경찰이 회사 공용 PC를 가져가서 수사한 것으로 안다”며 “집에 있는 PC는 워낙 낡아 최근엔 전원을 켠 적도 없다”고 했다. 아울러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해 기기를 교체했는데, 수사 초기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하니 경찰이 교체 소식을 들은 후 ‘디지털 포렌식이 안 되겠다’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경찰이 A씨가 출산 시기 사용했던 예전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라고 했다.

여전히 “아이 안 낳았다” 주장하는 A씨

A씨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는 물론 자신의 출산 사실까지 부인하면서 후속 수사는 답보 상태다. A씨가 아이 바꿔치기 행각을 인정하고 A씨 딸 B씨(22)가 낳은 아이를 어떻게 했는지 등을 진술하지 않는 이상 A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 된다. 수사기관이 A씨와 B씨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소한 정황 증거까지 끌어모으고 있는 이유다. 실제 경찰은 A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남성 상당수에 대해 DNA 검사를 하거나 대구·경북 지역 산부인과 100여 곳을 조사하기도 했다.

수사기관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A씨를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유기미수 혐의만으로 기소하고, 행방불명된 아이의 행방은 미제로 남겨질 수 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의문점만 증폭되는 모양새다. A씨 가족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찰은 2018년 1월에 A씨가 출산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며 “(그 가정대로라면) 100일 된 아이와 신생아를 바꾼 셈인데 가족과 의료진 모두가 구분 못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 아이를 의료진 몰래 바꿨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미 3세 여아의 신상아 때 사진. 아기의 머리 맡에 발찌(붉은 색 표시)가 놓여 있다. [사진 3세 여아 가족]

구미 3세 여아의 신상아 때 사진. 아기의 머리 맡에 발찌(붉은 색 표시)가 놓여 있다. [사진 3세 여아 가족]

특히 신생아 배꼽에 붙은 탯줄은 통상 3∼5일 후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신생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공모자나 조력자가 없다면 바꿔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수사 담당자는 “(A씨와 딸은) 근접한 시기에 출산했다”면서 “(출산 시기는) 아직 수사가 필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미궁 빠진 수사…상식적 설명 어려워

B씨가 출산한 구미 지역 산부인과 측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산부인과 관계자는 지난 29일에도 “병원에서 신생아 관리를 철저히 한다”며 아이 바꿔치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출생 직후 촬영된 아이 사진에 대해서도 “간호사가 이런 사진을 찍어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해당 사진에는 아이의 발목에 부착돼 있어야 할 인식표(발찌)가 머리맡에 놓여 있는 모습이 담겼다.

숨진 아이의 산부인과 기록상 혈액형이 B씨 부부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도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부인과 혈액형 검사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어서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와 암 환자 등은 적혈구의 항원력이 약해 혈액형 검사에서 오류가 가끔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A씨(48)의 남편이 공개한 2018년 2월 16일 사진. A씨는 오른쪽 두 번째에 있다. [사진 A씨 남편]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A씨(48)의 남편이 공개한 2018년 2월 16일 사진. A씨는 오른쪽 두 번째에 있다. [사진 A씨 남편]

한편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은 지난달 구미시 한 빌라에서 반미라 상태의 여아 시신이 발견된 뒤 한 달이 넘도록 정확한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DNA 검사 결과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로 판정되자 아이 바꿔치기 의혹과 B씨가 낳은 딸의 행방 등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구미=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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