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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에도 먼지구름 치솟아"···2명 앗아간 한옥집 붕괴 순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 오는 날인데도 먼지 구름이 치솟아서 깜짝 놀랐어요.”
4일 오후 4시 19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한옥 주택 공사장. 작업자 4명이 매몰된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4일 오후 4시 19분께 작업자 4명이 매몰된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한옥주택 공사장에서 소방관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4일 오후 4시 19분께 작업자 4명이 매몰된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한옥주택 공사장에서 소방관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매몰사고가 일어난 한옥 주택은 57㎡ 규모로 철골 구조물을 보강하기 위한 설치작업 중 붕괴했다. 이 사고로 한옥 주택 안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매몰됐다. 인근 주민들은 “비 오는 날에 먼지 구름이 솟아오른 것이 이상해 밖에 나왔더니 한옥 주택 공사장이 무너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옥주택 공사장 무너지며 작업자 4명 매몰, 2명 사망

소방당국은 소방인력 60여 명과 18대의 장비를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여 오후 5시 22분께까지 4명의 작업자를 순차적으로 구조했다. 먼저 구조된 작업자 2명은 의식이 있는 상태였지만, 이후 구조된 2명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처음 구조한 작업자로부터 “나를 포함해 4명이 매몰됐다”는 증언을 확보한 뒤 구조작업을 확대했다. 가장 먼저 구조된 작업자 2명은 무너진 건물 바깥쪽에서 작업 중이었기 때문에 빨리 구조됐지만, 이후 구조된 작업자 2명은 안쪽에서 작업 중인 데다 정확한 위치 확인이 어려워 구조가 늦었다.

추가 붕괴 위험에 수작업 구조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주택가에서 공사 중인 건물 붕괴로 작업자 4명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 등이 매몰자를 구조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 주택가에서 공사 중인 건물 붕괴로 작업자 4명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 등이 매몰자를 구조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고 당시 목조로 된 지붕이 흙더미와 함께 무너져 작업자 4명을 덮쳤다. 무너진 한옥 주택이 목조와 흙 구조물로 이뤄져 소방관들이 수작업으로 잔해를 치우고 매몰자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중장비 투입도 어려워 소방관들은 전기톱으로 목조 구조물을 해체하고 흙을 파내며 매몰된 작업자들을 찾아내야 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건물이 붕괴한 상태였고 전면부만 일부 남아 있었다”며 “공사 관계자에게 매몰 위치만 전달받아 구조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작업자 4명을 모두 구조한 뒤에도 혹시 모를 매몰자를 찾기 위한 추가 구조작업도 진행했지만, 공사 관계자 등을 통해 4명만 작업한 사실을 확인하고 마무리했다.

빗속 공사 중 흙 구조물 약화 가능성

4일 오후 4시 19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의 한옥주택 공사장이 붕괴돼 소방관들이 매몰된 작업자 4명을 구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4일 오후 4시 19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의 한옥주택 공사장이 붕괴돼 소방관들이 매몰된 작업자 4명을 구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한편 광주지역은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비가 내렸다. 무너진 한옥 주택 공사를 지켜봤던 주민들은 “비 오기 전에 소형 굴착기로 한옥 주택 내부 철거 작업을 했었고 지지대 등 장치는 설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빗속에서 구조물 보강 공사를 진행하던 중 구조물 등이 약해지면서 한옥 주택이 붕괴했을 가능성도 따져볼 계획이다. 다만 이날 사고를 당한 4명 가운데 인테리어 업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정확한 붕괴 원인에 대한 조사가 더뎌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를 의뢰한 집 주인 등을 상대로도 공사 진행 과정과 작업 중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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