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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적벽대전 새 바람 분다” 오 “평등·공정·정의 실현 안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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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03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옥수동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옥수동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일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촉구하며 막판 총력전을 벌였다. 20대 표심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이날 각종 공약을 쏟아내며 20대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런 가운데 오 후보의 ‘내곡동 땅’ 논란을 둘러싸고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D-4 #박, 읍소·네거티브 투트랙 전략 #“19~24세 통신요금 지원할 것” #오, 지지층 표심 다지기에 주력 #“2030 청년들 유쾌한 반란 시작”

박 후보는 이날 ‘적벽대전’을 거론하며 막판 뒤집기를 자신했다. 그는 남대문시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어제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분들의 숫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며 “드디어 적벽대전의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막판 선거운동은 크게 읍소와 네거티브 ‘투트랙’ 전략으로 모아졌다. 읍소 전략은 중도층 민심 돌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후보는 “그동안 잘못한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많았다. 그런 만큼 성찰하고 반성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당에서도 요즘 반성과 성찰을 강조하고 있어서 감사하다. 품이 더 큰 민주당이 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20대를 겨냥해서는 “만 19~24세 청년들에게 매달 5GB 데이터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매달 5만∼6만원의 통신요금은 커다란 벽이자 부담이다. 데이터를 켤 때마다 조마조마한 청년들에게 작지만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면서다.

오 후보를 향해서도 “거짓말하는 후보를 뽑아선 안 된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5년 6월 측량이 있었던 날) 오 후보가 왔던 걸 기억한다. 하얀 면바지에 캐주얼 로퍼 차림으로 멋진 구두였다. 페라가모”라고 증언한 걸 내세우며 적극 공세에 나섰다. “측량 현장에 갔다는 오 후보 처남이 알고 보니 대학원 행사에 참석했다”는 언론 보도도 함께 거론됐다.

박 후보는 “식당 주인과 아드님까지 나와 얘기하는 상황이고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처남의 행적도 사진을 통해 밝혀졌다”며 “지금까지 나온 증언들을 맞춰 보면 오 후보가 거의 100% 측량 현장에 갔다. 이제는 더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선대위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의 주장은 완전히 파탄이 났다. ‘내곡동 땅에 관심을 표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야당 후보 검증 TF는 이날 세곡동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2009년 4월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내 보금자리 주택 검토 보고’ 자료에 대해 오 후보가 전자 결재한 문건을 제시했다. TF는 “세곡은 시장이 결재하고 내곡은 국장 전결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거짓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상암동 DMC 부근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상암동 DMC 부근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맞서 오 후보는 지지층 표심 다지기에 주력하며 여론조사 우위 굳히기에 나섰다. 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유세에서 “불과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저희 국민의힘은 버림받은 당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멋진 말을 할 때 모두 그 말이 실현되는 새 대한민국을 기대하고 꿈꿨다”며 “하지만 그 얘기대로 될 조짐이 과연 보이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동묘 벼룩시장을 찾은 자리에서는 “과거 종로의 번영을 되찾도록 하겠다”며 낙후된 종로 일대를 재개발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오 후보는 “제가 계획했던 뉴타운 중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이곳 창인·수인 지역을 지정 해제했고 이후 허울 좋은 도시 재생사업으로 지정했다”며 “그동안 무려 1100억원 넘게 들어갔는데 바뀐 게 이 모습이다. 1100억원은 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꼬집었다.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의 증언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젊은 층의 투표 참여도 독려하고 나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20~30대 표심에서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젊은 세대의 실제 정치 참여도가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만큼 이들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오 후보도 이날 유세에서 “요즘 2030 청년들이 드디어 유쾌한 반란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도중 만난 20~30대 청년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유세에 함께한 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도 가세했다. 유 위원장은 “오늘 상암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나오며 많은 젊은이를 만났는데, 이제 그들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거짓과 위선에 분노하고 치를 떨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투표 독려를 위한 대국민 호소를 통해 “정부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4년 내내 ‘경제가 좋다, 내일은 괜찮아질 것이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심각한 양극화와 N포 세대의 확산”이라며 “취업·결혼·출산과 내 집 마련까지, 국민은 무엇을 더 포기해야 하느냐. 언제까지 고통을 견뎌야 정부가 말하는 좋은 경제가 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영익·김기정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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