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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SK "1승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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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애국가가 끝나고 경기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와 함께 SK 톱타자 조원우의 방망이가 기다렸다는 듯 돌아갔다. 기아 선발 존슨의 초구를 받아친 타구는 깨끗한 중전안타였다. 2번 타자 김민재는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고, 3번 이진영도 초구에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준비된' SK. 1회초 세명 연속 초구 공략은 SK 타자들의 준비된 자세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타선에서, 마운드에서, 그리고 불펜과 벤치에서, SK는 완벽하게 물려 있는 톱니바퀴였다.

돌풍 SK의 '톱니바퀴 야구'가 포스트시즌 4연승(준플레이오프 포함)의 기세를 타고 한국시리즈 진출의 문턱에 섰다. SK는 10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기아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조원우의 결승 2점홈런을 앞세워 2-0으로 승리, 남은 세 경기에서 1승만 더 올리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원정팀이 1, 2차전을 쓸어담은 것은 1993년 삼성, 99년 한화 이후 세 번째다. 두 팀은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SK가 준비된 짜임새 야구를 펼친 반면 1차전을 내준 초조함에 쫓긴 기아는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종범-김종국으로 이어지는 1, 2번 타자가 스미스-박경완의 SK 배터리에 철저히 막혀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고 중심타자의 한방 역시 터지지 않았다.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를 당한 팀이 내리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96년 현대 단 한팀뿐이다.

지난 5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섰던 스미스는 4일 휴식 뒤 마운드에 올라 기아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스미스는 초조한 기아 타자들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듯 불리한 카운트에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하는 유인구를 던졌고, 자신이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곧바로 자신있는 승부구를 던져 허를 찔렀다.

SK는 0-0이던 5회초 1사1루에서 올 시즌 8개의 홈런에 그친 '소총' 조원우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을 터뜨려 승부의 균형을 깼다. SK 조범현 감독은 2-0으로 앞선 7회 1사1루에서 직접 마운드에 올라 마무리 조웅천을 조기 투입, 승리를 위한 뒷문을 닫았다.

광주=이태일.성호준.백성호 기자

*** '팔색조'투구 타자 농락

▶핫 플레이어 스미스(SK)

'묵은 김치'처럼 변화구가 한껏 맛이 들었다. 기아 타자들은 강약과 장단을 조절하는 '팔색조' 투구의 감칠 맛에 속아 6과3분의1이닝 동안 세 타자만 출루했다. 관중의 야유에 아랑곳없이 1루 견제를 연속 다섯 차례나 던지면서 주자를 묶는 신중함과 배짱도 돋보였다.

*** 찬스마다 찬물 끼얹어

▶콜드 플레이어 김종국(기아)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로 확실히 쉬고 있다. 게다가 공격 첨병 이종범이 출루할 때마다 발을 묶었다. 1차전에서는 병살타를 치더니 2차전에서는 보내기 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하고 포수 파울플라이로 찬물을 끼얹었다. 팀 공격을 이어주는 2번타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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