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상대방의 옷을 잡았다는 이유로 검찰이 폭행죄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건 과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 "처분 취소"
헌법재판소는 30대 여성 A씨가 폭행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지난달 25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1월 한 지하철에서 한 50대 남성과 실랑이를 하게 됐다. 여러 번 A씨가 피했는데도 해당 남성이 자꾸 근처에 와서 재채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는데, 그 순간 남성이 현장을 벗어나려 하자 그의 옷을 잡고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폭행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자신은 남성에 대한 정당방위로 옷을 잡았을 뿐이라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소유예는 죄가 있다고 인정되지만 사안이 가볍거나 할 때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헌재는 사건 현장 CCTV를 봤을 때 A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남성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 부근을 찔러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 반면, 남성은 이를 부인했는데 CCTV 화면상으로 볼 때 이와 비슷한 장면이 찍혔기 때문이다.
또 A씨는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게 옷을 잡고 있었을 뿐이지만, 화면에는 오히려 남성이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당긴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또 A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 남성이 현장을 이탈할 경우 나중에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점도 고려했다. 헌재는 “A씨가 남성의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의 옷을 잡고 사건 현장에서 이탈하지 못 하게 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인용 이유를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