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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발된다더니 '꽝'…경기도,기획부동산 피해 45건 수사 의뢰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의 한 부동산 업체 현수막. 중앙포토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의 한 부동산 업체 현수막. 중앙포토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던 A씨는 2019년 한 부동산업자에게 “좋은 땅을 소개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판교테크노벨리 인근에 있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의 땅이었다. “금토동도 곧 개발된다”는 말에 A씨는 1㎡당 7만원을 주고 금토동 산 73번지 땅 일부를 샀다. 공시지가(1㎡당 2만1700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땅 개발 소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성남시는 문제의 땅이 개발제한구역이라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발 문의가 잇따르자 공식 발표를 한 것이다. 알고 보니 A씨처럼 기획부동산에 속아 금토동 산 73번지 땅을 쪼개기로 산 사람은 4800여 명이었다.

경기도, 기획부동산 피해 45건 경찰 수사 의뢰  

경기도는 지난해 12월부터 '기획부동산 불법행위(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52건 중 42건을 경기 남·북부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1일 밝혔다.
기획부동산은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토지나 임야 등을 싼값에 사들인 뒤 "개발이 예정돼 땅값이 오를 것"이라며 투자자를 모집해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전화 등으로 은밀하게 "땅값이 오를 것"이라고 홍보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샀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원시에 사는 B씨(80대)는 우연히 알게 된 한 남성에게 토지 투자 권유를 받았다. "2~3년 뒤 개발돼 땅값이 몇 배나 오른다"는 말에 화성시 남양읍의 한 임야 3필지(827㎡)를 1억8000만원에 샀다. 우연히 자신이 공시지가보다 6배나 비싸게 땅을 산 것을 알게 된 B씨는 화성시에 개발 여부를 문의했다가 "해당 임야는 개발 제한 해제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낙담했다.

'개발된다' 믿고 무턱대고 샀다가 낭패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지인에게 땅 구매를 권유했다가 피해를 본 기획부동산 직원도 있었다. 평택시에 사는 C씨는 당시 일하던 기획부동산 법인에서 영업실적을 강요하자 지인 등에게 "곧 철도가 들어서고 산업단지가 생긴다"며 용인시 수지구와 광주시 남종면의 임야를 소개했다. 자신도 일부 땅을 샀다. 하지만 C씨가 알린 개발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고 기획부동산도 폐업하면서 C씨는 재산도 잃고 주변 사람들과도 멀어졌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경찰 기획부동산 불법행위 근절 업무협약식' 모습. 경기도

지난해 12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경찰 기획부동산 불법행위 근절 업무협약식' 모습. 경기도

경기도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도내 부동산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53개 기획부동산 법인의 토지지분 판매면적은 3052만㎡, 판매금액은 2조446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부동산이 개입한 땅은 100명~300명 이상이 주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이 판매하는 토지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이나 경사도가 높은 산지 등으로 개발이 어려운 토지"라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쪼개기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기획부동산 투기우려지역을 조사해 4차례에 걸쳐 244.42㎢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기획부동산의 불법(편법) 행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법령 개정도 지속 건의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국회의원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홍지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올해는 예산 1억원을 투자해 기획부동산 거래추적시스템을 개발해 경기도에서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못 치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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