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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전세값 올린 김상조 고발…업무상비밀이용죄 적용될까

중앙일보

입력

전세가 상한제 시행 이틀 전 임차인으로부터 전셋값을 14.1% 올려받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했다.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비밀이용죄다. 30일 김 전 정책실장을 고발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여당과 긴밀히 협조하며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왔던 인물"이라며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전세가 상한제 적용을 피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하는 김상조 전 정책실장. 연합뉴스

지난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하는 김상조 전 정책실장. 연합뉴스

"전세가 상한제 시행 알고 있었을 것"

사준모는 “김 전 정책실장과 그의 배우자를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업무상비밀이용죄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사준모 관계자는 "당시 전세가 상한제 등이 포함된 주택임대차 3법은 논란이 많아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며 "그런데 김 전 실장은 마치 이틀 뒤 법안 통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전세금을 크게 올렸다"고 했다.

사준모는 김 전 정책실장이 전세가 5% 상한제가 시행됐다면 올려받지 못했을 전세금 약 8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재산상의 이득'으로 봤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혹은 7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임대차3법은 지난해 7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임대차3법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고, 정의당 역시 "여당이 원하는 일만하는 국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같은 달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즉시 시행됐다.

법조계 "증거 찾기 쉽지 않아"

다만 법조계에서는 "김 전 정책실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만약 김 전 정책실장이 영향력 있는 인물로부터 임대차 3법이 확실히 통과된다는 정보를 받았다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경찰 수사에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는 "공직자로서 윤리적 비판은 면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임대차3법의 내용이 이미 공개돼 있었다면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정서가 이해된다"며 "다만 이번 사안은 법적 책임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30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30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김 전 정책실장은 지난해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이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지난해 7월 29일 계약 당시 전세가 인상률은 14.1%였다. 계약 이틀 뒤 전세가 상한제가 포함된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다.

비판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김 전 정책실장을 경질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퇴임 인사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엄중한 시점에 크나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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