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완치' 크게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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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 환자의 절반이 완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최근 발표한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 실시' 자료에서 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5년 생존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49.8%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현재 암 투병 중인 환자 절반이 5년 이상 산다는 뜻이다.

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한 뒤 재발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5년 생존'을 사실상의 완치로 해석한다. 이번 추정치는 복지부가 1995년 새로 발생한 암 환자 5만5042명의 생존기간을 추적해 2002년 발표했던 5년 생존율 41.4%보다 8.4%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지난 9년 동안 5년 생존율이 매년 1%포인트가량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95~99년 매년 새로 암에 걸린 사람들의 5년 생존율을 조사해 4년간 평균 증가율을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2004년 암 환자의 향후 5년 생존율 예상치를 추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는 5년 생존율이 60%, 2020년에는 7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75~79년 발병한 남자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43%, 여자 57%에서 95~2000년 남녀 환자 모두 64.1%로 올라간 것과 비교해도 우리의 5년 생존율 향상 속도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5년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 것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환자가 늘고 진단 기술이 향상된 데 따른 것"이라며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암 중에서 폐암을 제외한 자궁.유방.대장.위암의 생존율이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암 검진, 중산층의 자체 검진 등이 늘면서 발병 초기에 암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암센터가 95~2003년 유방.자궁.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8674명 중 초기 상태(0기와 1기)에서 발견된 사람의 비율이 유방암은 95년 10.2%에서 2003년 39.9%로, 자궁암은 28.6%에서 74.1%로, 대장암은 0.4%에서 9.3%로 크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순천향대병원이 95년 이후 위암 진단을 받은 25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95년에는 16%만 1기 상태에서 발견됐지만 2004년에는 50%로 껑충 뛰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에 따르면 초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위암은 93.7%(4기는 5.1%)▶대장암은 93.4%(12.2%)▶자궁암은 90.1~97.4%(16.5%)▶유방암은 90.1~97.3%(34.3%)▶폐암은 63.9%(1.3%)▶간암은 42.2%(4.3%)로 2~4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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