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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로 암 극복한다

중앙일보

입력

유전자 치료가 항암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암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해답의 실마리는 중국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에서 허가한 젠다이신이 그것이다. 최초의 유전자 치료 신약으로 기록된 젠다이신의 치료 효과는 일단 합격점이다. 두경부암 환자에게 적용한 완전관해율(현재의 진단기술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이 64%로 높게 나타난 것. 반면 방사선 치료 그룹은 16%에 불과했다.

유전자 치료 원리는 매우 이상적이다. 기존 항암제의 단점은 전신적으로 약효가 발현되는 것. 암세포도 죽지만 항암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유전자 치료는 암세포만 괴멸시키는 장점이 있다. 치료 유전자를 벡터라는 전달체에 붙여 암세포만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자살특공대다.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 유전자는 p53, CD, TK 등 수십종. 벡터라고 불리는 유전자 전달체도 아데노 바이러스, 헤르페스 바이러스, 유산균 등 10여 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도 세계와 어깨를 견줄 만하다는 평가다.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연세대의대, 서울대, 동아제약, 녹십자 등이 전임상(동물실험을 통해 약효와 독성을 평가) 중이거나 전임상을 끝내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세브란스 암센터 김주항 교수는 "동물실험에선 젠다이신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며 "올 상반기에 두경부암.간암 환자에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제약기업의 치료유전자 개발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헨리포드병원의 재미교포 김재호 박사가 개발하고, 뉴젠팜이 상품화를 추진하는 '테라진(Theragene)'이 그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허가를 받아 현지에서 전립선 환자 6명을 대상으로 1상 임상에 들어갔다. 유전자전달체로 아데노 바이러스를, 자살유전자로는 CD, TK를 사용했다.

뉴젠팜 유전공학연구소 정명일 소장은 "테라젠은 김 교수가 기존에 개발한 1세대 유전자 치료제에 ADP라는 새로운 바이러스 유전자를 도입, 암세포 파괴력(역가)을 높였다"며 "동물실험에서 8~10배의 월등한 약효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유전자 치료제를 주입했을 때 나타나는 인체 내 면역 거부반응이다. 따라서 현재는 치료제를 혈관에 주입하지 못하고, 해당 암 부위에 직접 찔러 넣는 방법을 쓴다. 몸속 깊숙이 들어 있는 암에는 아직 적용하지 못하는 것.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 치료물질에 코팅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어 2~3년 내에는 면역 반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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