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빨간 넥타이를 맸고,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빨간 점퍼를 입었다. 빨간 색은 국민의힘 상징색이다. 야권 단일후보 경쟁자 두 사람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24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부각시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총장에 등장 #“최선 다해 도울 것” 18번 박수 받아 #오세훈, 박영선 20%P 앞선 조사에 #야당 “문 정부·LH 분노 겹쳐 상승세”
오 후보는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어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극도의 망언을 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이름을 용산공원 어딘가에 새기겠다는 말을 듣고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성추행 피해자가 계속 숨죽이고 불안한 마음으로 숨어지내야 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돼야 하냐. 박영선 후보 당선은 박원순 시즌 2”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간담회에서 오 후보는 민주당의 이른바 ‘보병전’ 선거 전략에 대해 “조직을 총동원하겠다는 사실상의 동원령, 바로 그게 ‘돈퓰리즘(돈+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후보가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10만원어치 디지털 화폐에 대해선 “10만원짜리 돈봉투와 다름없다”며 “이런 후보는 금권선거 후보, ‘돈퓰리스트’ 후보”라고 꼬집었다.
이날 발표된 YTN-리얼미터 조사(22~23일 조사)에서 오 후보 지지율은 48.9%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29.2%)를 19.7%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현 지지율은 후보 개인의 인기를 넘어서는 결과”라며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실망감, LH 투기 사태에 대한 분노가 겹치면서 오 후보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추이가 2006년 오세훈-강금실 서울시장 선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5년 전 당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강 후보보다 줄곧 강세를 보였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 조사(2006년 4월 12~15일)에서 오 후보 지지율은 43%, 강 후보 지지율은 31%였고, 한 달 뒤 SBS 조사(5월 17~18일)에선 오 후보 48.4%, 강 후보 25.5%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막상 2006년 5월 31일 치러진 실제 선거 득표율은 오 후보 61.1%, 강 후보 27.3%로 오 후보의 압승이었다.
한편 공동선대위원장직 제안을 수락한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참석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소개를 받고 단상에 오른 안 대표는 “야권 단일화는 정권 교체의 교두보이자 디딤돌이다. 다른 말 필요 없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저 안철수는 오세훈 후보를 도와 최선을 다할 것을 의원 여러분 앞에서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의총장에 입장했다가 떠날 때까지 그를 향해 쏟아진 박수 세례는 기립박수 세 번을 포함해 모두 18번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오 후보 선대위 회의엔 금태섭 전 의원도 참석했다. 금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이다.
◆김종인 “안철수, 정권교체에 장애”=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대선 행보에 대해 “내년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데 있어 본인이 또 장애 요인이 될 것 같으면 결정적으로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텐데 그 짓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안 대표가 정권교체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손국희·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