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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맞서 밀착하는 북·중…"중단됐던 육로 운송 재개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2018년 11월 단둥을 출발해 신의주를 거쳐 평양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압록강 철교를 건너고 있다. 정영교 기자

2018년 11월 단둥을 출발해 신의주를 거쳐 평양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압록강 철교를 건너고 있다. 정영교 기자

북한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중단했던 육로 운송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재개 시점으로 거론되는 건 북한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 즈음이다.

日 아사히 "다음달 중순 왕래 시작 전망" #단둥·다롄 등에 북한행 컨테이너 대기

신문은 이날 중국 선양발 기사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전면 중단됐던 북한과 중국 간 육로 운송의 재개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원조물자를 중심으로 4월 중순부터 열차 왕래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국경 도시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는 북한에 보낼 쌀·밀가루·옥수수·콩기름 등 원조물자와 영농자재 등 무역품이 실린 컨테이너 약 1000개가 대기 중이다. 인접해 있는 다롄(大連)시에도 북한으로 보낼 물자를 실은 컨테이너 수 천개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북중 최대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의 모습. [연합뉴스]

북중 최대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의 모습. [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진정된 지난 2월부터 무역 관계자들에게 왕래 재개를 준비하라는 통지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엄격한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왕래는 단둥-신의주 루트로 한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중국 주재 대사를 지재룡(79)에서 무역상과 대외경제상을 지낸 '경제통' 이용남(61)으로 교체했다. 전문가들은 북·중간 무역을 정상화해 경제난을 해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 내각의 화학공업성 간부들도 3월 4일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북쪽 광공업 도시인 퉁촨(銅川)을 방문해 건설자재 관련 기업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019년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 회의 행사장에서 이룡남 당시 북한 내각 부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019년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 회의 행사장에서 이룡남 당시 북한 내각 부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왕래 재개를 염두에 두고 북한 당국이 준비 작업에 들어간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3일 국경을 통과하는 수입물자의 방역 관련 규정을 담은 '수입물자소독법'을 제정했다. 또 국정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신의주 등 주요 세관에 대규모 소독장을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이 최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반(反) 중국 연대' 구축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은 서방에 맞서 최근 북한·러시아 등과 밀착 강도를 높이는 형국이다. 앞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구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북한과 연대를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중국과 북한이 대미 전선에서 힘을 합쳐 보조를 맞추어 나가겠다는 신호"라며 "북한은 향후 북·중 교역확대와 협력을 통한 고립 탈출,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에서 역내 우군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원유 공급을 대폭 줄이는 내용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결의 2397호가 2017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연합뉴스]

북한에 원유 공급을 대폭 줄이는 내용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결의 2397호가 2017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연합뉴스]

이같은 '북·중 밀착'이 대북 제재의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현재 경제 위기 속에서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인데 중국이 무역과 지원을 통해 물자 공급을 확대할 경우 어느 정도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미·중 갈등이 심화할 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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