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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2100대 1’ 세종시민에게만 아파트 분양권 더 달라?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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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단지.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아파트 단지.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세종시민 공급 비율 늘려달라" 건의

세종시가 최근 정부에 "공동주택 일반 분양시 세종시민 우선 공급 비율을 높여달라”는 취지의 건의를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탄생한 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24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공동주택 일반 분양 비율(현 50%)을 높이는 대신 비세종시민 비율(50%)은 낮추거나 폐지해 달라고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했다. 세종시는 "2019년 기준 세종시의 무주택자 비율은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은 46.7%"라며 "지역주민 우선 공급 비율이 높아지면 시로 전입하는 인구도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평균 상승률이 조치원읍 등 구시가지 지역을 포함해도 전국 평균(7.57%)의 약 6배인 44.93%나 됐다. 특히 세종시 전체에서도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아파트는 세종시민은 물론 외지인에게도 인기가 높다.

전체의 30%만 세종시민 등에 일반 공급

현재 세종시(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일반분양 아파트는 전체 물량 가운데 40%가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공무원 등 이른바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특별공급된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장애인·다자녀 가족 등 일반인에게 특별공급되는 비율이 전체의 30% 정도다.

이에 따라 순수 일반공급 물량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 30% 물량을 세종시민(해당지역)과 외지인(기타지역)에게 50%씩 배정된다. 결국 일반 세종시민이나 외지인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각각 전체의 15%인 셈이다.

실제 지난달 분양된 신도시 6-3생활권 H2·H3블록 '리첸시아 파밀리에' 아파트는 전체 1350가구 가운데 29%(392가구)가 일반분양됐다. 196가구가 일반 세종시민, 나머지 196가구는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주민에게 돌아갔다. 이 아파트 일반 공급에서는 전국에서 모두 7만1464명이 청약을 접수, 평균 경쟁률이 182.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배정 물량이 13채인 전용면적 90㎡ A형 기타지역(비세종시민)에서는 해당 지역(세종시민) 탈락자 7455명을 포함한 2만7298명이 경쟁했다. 이로 인해 최종 경쟁률이 2099.9대 1에 달했다.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중심가. 정부세종청사와 아파트, 상가 등이 보인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종시 중심가. 정부세종청사와 아파트, 상가 등이 보인다. 프리랜서 김성태

"균형발전 차원서 타 지역에도 기회 줘야"

세종시 건의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종시가 세종시민만의 '지역구 도시'가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전국구 도시'라는 게 주된 이유다. 세종시는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총 22조5000억 원을 들여 만드는 국내 최대 규모 신도시다. 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행복도시와 마찬가지로 전체 일반공급 물량의 50%가 다른 시·도 주민에게 우선 공급되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의 한 직원은 "행복도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만드는 도시이기 때문에, 비세종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게 당초 도시 건설의 취지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대전시민 김남수(52)씨는 "세종시의 건의대로 하면 다른 지역에서 세종시로 이주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수도권 인구 분산 등을 위해서도 세종 외 타 지역 아파트의 분양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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