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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기록한 시대의 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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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화가 김창열.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화가 김창열.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인물 사진의 거장’ 문선호(1923~1998) 사진가의 개인전  ‘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가 24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가나문화재단 주관으로 개막한다. 문선호는 김환기, 권옥연, 윤형근, 김창열, 유영국, 천경자, 장욱진 등 한국의 대표 미술가를 비롯해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카메라로 포착해온 작가다. 1970년대부터 98년 작고하기까지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과 정치인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엔 인물 사진 180점과 순수 사진 20점이 소개된다.

인사아트센터 문선호 회고전 #김창열·이매방·이순재 등 200점 #사진의 회화적 표현력에 주목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천경자.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천경자.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는 이전에 화가였다. 1944년 일본 가와바다 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일제 강점기에 열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박수근, 장리석 등과 함께 입선했다. 1950년대 중반 무렵 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후 75세에 타계할 때까지 사진에 매진했다. 미술인과의 교류가 돈독했던 그는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선집』을 기획, 출판했다.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윤정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윤정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전시에서 눈에 띄는 건 지난 1월 타계한 김창열(1929~2021) 화백의 모습. 붓을 든 김 화백의 손 대신 뒤에 걸린 물방울 그림과 작가의 얼굴, 그리고 옆의 붓이 빼곡히 꽂힌 통을 팽팽한 균형으로 담아냈다. 작업에 임한 작가의 표정은 도인처럼 평온하다. 뒷짐 지고 서서 겨울나무와 마주한 장욱진(1917~1990)화백의 모습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잎을 거의 떨군 수수한 나무와 나이 든 화가는 서로 닮았다.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이순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문선호 작가가 1970년대에 촬영한 문화예술인. 사진은 배우 이순재. 다음 달 5일까지 전시된다 [사진 가나문화재단]

배우 문희(74)·윤정희(77)·이순재(81)의 젊은 시절도 눈길을 붙든다. 또 오지호·이대원·김기창·박래현(화가), 김종영(조각가), 김수근(건축가), 조병화(시인), 이매방(무용가)을 비롯해 김대중·김영삼(전 대통령), 이병철(삼성그룹 창업주) 등의 사진도 볼 수 있다.

김승곤 사진평론가는 “문선호는 (사진의) 회화적인 표현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작가였다”면서 “그는 자신의 조형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구사했지만, 그 사진은 시간이 지나며 역사성의 가치까지 갖게 됐다”고 했다.

문 작가의 장녀 현심씨는 “2023년에 서울사진미술관(시립)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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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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