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걸 “육십 넘어 깨우친 것, 그림은 인생의 놀이”

중앙일보

입력 2021.03.16 00:03

업데이트 2021.03.16 09:32

지면보기

종합 18면

방의걸, 갯벌, 207x70㎝, 한지에 수묵담채. 섬세한 필치가 돋보인다. [사진 방의걸문화예술연구소]

방의걸, 갯벌, 207x70㎝, 한지에 수묵담채. 섬세한 필치가 돋보인다. [사진 방의걸문화예술연구소]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자리한 메종 바카라 서울(Maison Baccarat Seoul)에서 목정(木丁) 방의걸(83·사진) 화백의 특별전 ‘블랭크(Blank)’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의 제품이 진열된 1층 홀과 2층 라운지에서 방 화백의 수묵화 20점을 선보이는 독특한 시도다.

‘은둔형 예술가’ 수묵화 특별전
강남 바카라 크리스털 매장서 전시

1938년 전북 고창 출신의 방 화백은 전주에 거주하며 작업에 매진해온 작가다. 홍익대 미술대에서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운보 김기창(1913~2001)으로부터 한국화를 배웠다. 전주대 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한 후 40여년간 전남대 미술과 교수로 재직했다. 절필과 다시 붓 잡기를 반복하며 그림을 그려왔고, 개인전과 단체전 등에 작품을 출품했지만 정작 미술 시장에서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은둔형 예술가’라 불리는 이유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6층에서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엔 메종 바카라에서 4월 3일까지 일반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방의걸

방의걸

전시작 중 시선을 끄는 작품은 가로 길이 2m에 달하는 수묵담채 ‘갯벌’이다. 수평으로 아스라이 펼쳐진 갯벌이 부드럽게 스민 먹색으로 표현돼 있다. 멀리서 보면 뭉게뭉게 먹이 퍼진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심산유곡의 한 장면을 드러낸 산(山) 연작도 눈길을 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방 화백의 산 그림은 짙은 운무에 가려진 암산의 특정 부위만을 부분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이 작품에서 구상과 추상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오로지 먹의 농담과 선의 흐름만으로 눈부신 바다의 물결을 표현한 ‘해맞이’ 연작도 눈에 띈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현대성’에 주목한다. 미술평론가 정금희 전남대 교수는 “방 화백은 농담을 달리한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며 수묵의 미묘한 울림을 강조한다”면서 “정서와 감성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를 먹빛으로 다채롭게 표현한 그의 수묵담채는 오히려 현대미술의 궤도에 진입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소나기 I, 69.5x64cm, 한지에 수묵담채 [사진 방의걸문화예술연구소]

소나기 I, 69.5x64cm, 한지에 수묵담채 [사진 방의걸문화예술연구소]

방 화백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긴 세월 그림에 재주가 없는 것 같아 좌절하고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수없이 반복해온 사람”이라며 “나이 육십을 넘기고서야 그림을 인생의 놀이로 하겠다고 결심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육십이 넘어 깨우친 것이 또 있다. 먹 색깔의 깊은 맛이 그것”이라며 “그것을 뒤늦게 깨닫고 제가 자꾸 그 맛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의 다른 기사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