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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관희 ‘날 버린 삼성 향해 재능의 창 겨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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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LG에서 재능을 꽃 피우고 있는 가드 이관희. 24일 친정팀 삼성을 상대한다. [뉴시스]

LG에서 재능을 꽃 피우고 있는 가드 이관희. 24일 친정팀 삼성을 상대한다. [뉴시스]

프로농구 선수 이관희(33)는 지난달 5일 창원행 KTX 안에서 인스타그램에 ‘내 재능을 창원으로 가져간다’고 썼다. 미국 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가 2010년 마이애미 히트로 향하며 “내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간다”고 말한 걸 인용했다.

트레이드 당한 뒤 되레 펄펄 날아 #친정팀과 옛 스승 향해 반격 예고

이관희는 2011년부터 9시즌 간 서울 삼성에서만 뛰었다. 지난달 4일,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창원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 이상민(49) 삼성 감독이 LG 가드 김시래(32)를 원했던 거다. 사실상 내쳐진 그가 자신의 말처럼 창원에서 재능을 뽐내고 있다. 삼성에서 ‘볼 만하다(가관)’는 다소 부정적인 어조가 담긴 ‘가관희’로 불렸던 그는, LG에서 온 뒤로 ‘갓관희’로 불릴 정도다. ‘신’에 빗댄 별명이다.

LG는 최하위이지만 상위 팀들이 겁내는 ‘고춧가루 부대’다. 이달 들어 1위 KCC, 3위 오리온, 4위 KGC를 잡았다. 그 선봉에 이관희가 섰다. 그는 22일 원주 DB전에서 26점·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경기 연속 ‘더블-더블’도 기록했고, 한 경기 최다득점(30점), 최다 어시스트(14개) 등 개인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달 6일 유니폼을 맞바꿔 입고 맞대결을 펼친 LG 이관희(오른쪽)와 삼성 김시래(왼쪽) [사진 KBL]

지난달 6일 유니폼을 맞바꿔 입고 맞대결을 펼친 LG 이관희(오른쪽)와 삼성 김시래(왼쪽) [사진 KBL]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관희는 “남보다 먼저 나와 가장 늦게까지 연습한다. (인스타그램) 글은 내 재능에 자신 있어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희는 애증이 얽힌 친정팀 삼성과 일전(24일)을 앞뒀다. 그는 “10년간 사랑했던 여자(삼성)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잊나. 하지만 헤어진 연인에게 새 여자친구(LG)와 예쁜 사랑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민 감독님이 갈고 닦아준 창을 이젠 감독님 향해 겨눠야 한다. 제 손으로 아프지 않게 (6강 진출의) 숨통을 끊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LG에 온 뒤로 어시스트가 많아진 비결이 뭘까. 이관희는 “이상민 감독님이 ‘이관희 사용법’을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감독님에게 혼나며 배운 것들을 정작 삼성에서는 못 보여 드렸다. 이제 그것들을 이 감독님 앞에서 보여드리겠다. 긴장하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관희는 지난달 6일 삼성과 첫 대결에서는 3점슛 7개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팀도 졌다. 이관희는 “트레이드 이틀 만의 경기였다. 삼성 벤치에서 (김)시래가 웃는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시래는 2일 KT전에서 종아리를 다쳐 4주간 뛸 수 없다. 이관희는 “시래와 맞대결이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관희는 LG에서 김시래의 등 번호였던 5번을 골랐다. 이관희는 “시래는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팬들이 시래가 떠나 속상했다. 이제 시래 그림자를 지워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료들에게 삼성 공략법을 알려주겠다”고 예고했다. 공략법이 뭘까. 그는 “삼성은 수비가 약하다. 또 발이 느리다”고 귀띔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뻔한 말 대신 이슈를 만드는 것, 그 또한 이관희의 재주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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