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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층 ‘불기둥 화재' 주민 다 구한 울산소방, 고층화재 매뉴얼 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산소방본부가 발간한 '고층건축물 화재대응 매뉴얼’. 사진 울산소방본부

울산소방본부가 발간한 '고층건축물 화재대응 매뉴얼’. 사진 울산소방본부

지난해 이른바 ‘불기둥 화재’가 났던 고층 아파트에서 큰 인명 피해 없이 주민 모두를 구했던 울산소방본부가 지역 고층건물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울산소방본부는 고층건축물 화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층건축물 화재대응 매뉴얼’ 책자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책자에는 울산 지역 30층 이상 고층건축물 33개소의 구조적 특성이 분석돼 있다. 각 건물의 구조에 따라 화재 발생 시 출동대별 임무, 소방시설 활용방안, 현장대응 작전수행 절차 등 관련 내용이 수록돼 있다.

 책자는 지난해 10월 8일 오후 11시 14분쯤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 높이 113m인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불이 난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씨가 아파트 외벽의 가연성 외장재를 타고 번졌다. 소방당국이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주민들을 모두 구했지만, 불은 15시간 40분만인 9일 오후 2시 50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지난해 10월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 [사진 울산소방본부]

지난해 10월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 [사진 울산소방본부]

 울산소방본부는 책자 발간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전담팀을 구성했다. 고층건축물 현장답사와 자료조사, 현지적응훈련 등 약 4개월간의 실증과정을 거쳤다.

  책자에는 올해부터 도입된 70m 고가사다리차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담겼다. 당시 아파트 화재에서 70m짜리 고가사다리차가 없어 살수 작업은 아파트 중반부 정도까지만 진행됐었다. 울산소방본부는 건물별 현지훈련을 통해 고가사다리차 위치 등을 진압작전도에 표시해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이 매뉴얼에는 소방기구, 시설 등의 정보를 픽토그램(pictogram·사물·행위 등을 상징화한 그림문자)으로 표시해 소방대원 누구나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돼 있다.

 엄준욱 소방본부장은 “이 매뉴얼을 지역 일선 소방서와 전국 시·도 소방본부 등에 배포해 고층건축물 화재에 대비한 전술훈련 및 현장 활동 기초 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울산시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밤샘 진화 작업이 끝난 후 소방관들이 건물 옆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울산시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밤샘 진화 작업이 끝난 후 소방관들이 건물 옆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소방본부는 최근 화재 피해 주민들의 임시 거처를 지원하는 조례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거 시설 화재로 피해를 본 시민을 위한 ‘화재피해주민 임시 거처 비용 등 지원에 관한 조례’다.

 지난해 화재 당시 울산시에서 집을 잃은 132세대 437명의 주민들에게 임시 주거 시설을 지원했는데, 이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후 김선미 시의원을 중심으로 관련 조례 제정이 논의됐다.

 조례에는 화재 피해로 주거 시설에서 생활이 곤란할 경우, 숙박 시설과 임시 거처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일 숙박비 6만원을 최대 5일간 지원한다. 엄 본부장은 “조례 시행을 계기로 불의의 화재로 실의에 빠진 주민을 위로할 수 있도록 지원 활동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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