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왼손도 거든다… 작정한 김연경은 이 정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일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왼손도 거든다. '배구여제' 김연경(33·흥국생명)의 승부욕이 봄 배구 첫 판부터 불타올랐다.

20일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프로배구 여자부 플레이오프(PO) 1차전 3세트. 김연경은 블로커 두 명을 앞에 두고 상대 코트 구석으로 스파이크를 날려 득점을 올렸다. 평소와 다른 건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득점을 올렸다는 점이었다. 자신에게 올라온 토스가 조금 길었지만 재치 있게 대응했다.

김연경은 오른손잡이다. 서브와 스파이크 모두 오른손으로 한다. 하지만 툭 쳐 넣는 정도가 아니라 스윙을 해서 득점을 올렸다. 배구에서 반대쪽 손으로 공격하는 건 드문 일이다. 남자부 KB손해보험 노우모리 케이타가 이따금 보여준다. 하지만 김연경은 툭 쳐 넣는 게 아니라 스윙을 했다. "상대가 잡을 것 같아 왼손으로 강하게 때려봤는데 운 좋게 들어갔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김연경의 배구 센스가 돋보였다.

11일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왼손으로 공격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일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왼손으로 공격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은 득점 올린 뒤 경험이 부족한 세터 박혜진을 다독였다. 그리고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왼손으로 득점했다. 오른손은 더 잘 썼다. 김연경은 이날 공격성공률 60%를 기록하며 양팀 통틀어 최다인 29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의 정규리그 공격성공를(45.92%, 전체 1위)보다도 높았다. 기업은행이 김미연에게 서브를 집중하자, 공격에 모든 힘을 쏟아냈다. 정규시즌 막바지 체력 저하로 줄어들었던 후위공격도 나왔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워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3전2승제 PO 1차전에서 이긴 팀은 지금까지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연경이 왼손까지 써야하는 건 팀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아서다.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쌍둥이가 학교 폭력 문제로 팀을 이탈했다. 미들블로커 김세영은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루시아 프레스코가 어깨를 다친 뒤, 영입한 브루나 모라이스는 기대치에 못 미친다. '어우흥'이라 불리던 흥국생명 전력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갔다.

11일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오른손으로 공격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일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오른손으로 공격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시즌 막바지 부진으로 정규리그 1위는 빼앗겼지만, 김연경은 우승을 내줄 마음이 없다. 그게 '왼손 스파이크'로 이어졌다. 김연경은 경기 뒤 "PO를 준비하는 기간에 선수들에게 '여기서 우리가 질 순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도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면서 의지를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2차전은 22일 오후 7시 화성체육관에서 열린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