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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시간에 관한 환상소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28호 21면

타타르인의 사막

타타르인의 사막

타타르인의 사막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문학동네

야금야금 삶을 갉아먹는 ‘시간’과 맞서는 이야기다.

사관학교를 마친 드르고 중위는 명예와 자부심을 가득 안고 국경수비대 요새에 부임한다. 하지만 변방의 요새는 기대치와 전혀 다른 고립무원이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낡은 성곽과 광활한 사막을 보고 낙담하지만 요새를 둘러싼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에 취하며 기이한 감정에 빠져든다. 주요 임무는 망루에 올라 언젠가 쳐들어온다는 타타르인들을 기다리며 국경 너머 사막을 바라보는 일이다.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고독과 소외, 삶의 부조리함을 느낀다.

소설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을 매우 건조하고 비중 있게 끌어들였다.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차 있는 요새와 사막에 환상적인 신기루를 뿌리며 한껏 취하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매력적이다.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디노 부차티(1906~72)의 대표작이다. 그는 신문기자, 극작가, 무대디자이너, 만화가였다. 표지도 직접 그렸다. 1976년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분위기 있는 음악을 곁들여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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