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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외교 앞장” 외치던 與, 美 외교안보 투톱 방한엔 조용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청와대사진기자단

18~19일 미국 외교·안보 정책 ‘투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한에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조용했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을 접견하고 한·미 외교·안보 수장들이 이른바 ‘2+2 공동선언’을 채택했지만,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관련 언급이 아예 전무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의원 외교'를 기치로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무반응'은 전날 정책조정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2+2 선언 발표 직후 김병주 안보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내긴 했지만 내용이 원론적 관전평에 머물렀다. 김 대변인은 아홉 문장 브리핑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블링컨 장관)고 했지만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만 거론한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외교” 외쳐놓고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 방미단장인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한정(오른쪽), 윤건영 의원이 미국 방문을 마친 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 방미단장인 송영길 의원(가운데)과 김한정(오른쪽), 윤건영 의원이 미국 방문을 마친 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미 대선을 앞두고 당내 ‘한반도 TF’를 꾸렸다. “코로나 19로 막혀 있지만 적극적인 의원 외교도 필요하다”(이낙연 당시 대표)는 점이 강조됐다. TF 소속 송영길·김한정·윤건영 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워싱턴을 찾아 “코로나 19를 뚫고 미국 워싱턴 정가를 누볐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함께 한국을 찾은 것은 11년만”(김 대변인)이라는 이번 블링컨·오스틴 방한에는 정작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외통위원은 “대미 외교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기조를 잡는데 (당·정이) 한 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하다. 의원들이 각자 떠드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 않나”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외통위원도 “어찌 됐건 긍정적으로 바라봐야겠지만 미국이 (협상을 하기보다는) 자기네들 의사를 밝히러 온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선거·中 눈치 보기 급급

민주당은 4·7 재·보선을 앞두고 대북 문제와 방위비분담금 합의안 국회 비준,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협의체인 쿼드(Quad) 동참 등 민감한 이슈에 가급적 휘말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연내 방한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에 각을 세우는 미국과의 관계에 섣불리 나섰다 곤란해질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쿼드 이슈는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신남방정책과 상호 논의할 수 있지만, 쿼드 자체 참여 여부를 가지고 논의한 게 아니다”라며 “전혀 쿼드 참여를 요청한 사실이 없는데 마치 ‘요청하면 우리가 거절하고, 미국에 줄 서지 않아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언론 탓을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협력 동반자라며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지난해 11월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협력 동반자라며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지난해 11월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외교가 일각에선 민주당이 “말로만 한·미동맹 정상화를 외칠 뿐 노골적으로 친중(親中) 외교에 치중한다”(여권 인사)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 방한 때에는 이낙연 대표가 ‘유천하지성위능화’(唯天下至誠爲能化·오직 지극히 정성을 다해야 변화를 만든다) 구절을 인용해 쓴 친전과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당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여당 의원 5명을 대동하고 중국 측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2시간 30분간 만찬 회동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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