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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병원이란 이런 것

중앙일보

입력

<사례 연구 1>

병원 서비스의 교과서가 돼버린 안동병원.

이곳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사장의 다음과 같은 인사말이 인상깊다. '보다 만족스런 병원 이용을 위해 병원 문턱을 한 단계 낮춘, 환자의 눈높이와 맞추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병원 경영이념은 '환자 중심의 병원, 공동체를 위한 병원, 사회에 봉사하는 병원'. 이를 위한 실천사항으로 '내가 먼저 실천하자, 내가 먼저 청결하자, 내가 먼저 절약하자'를 정하고 있다. 직원들의 행동지침이 되는 '우리들의 신념'도 만들었는데 주요내용을 보면 '우리들의 책무는 환자에 대한 것임을 믿는다. 우리들은 사회와 더불어 존재하고 있음을 믿는다. 사회에 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은 건전한 이익을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 등 7가지로 환자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이곳에선 정리, 정돈, 청소, 청결, 마음가짐을 중심으로 한 5S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례 연구 2>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5월6일 한국생산성본부 주관의 '생산성 대상'에서 제5회 고객만족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병원산업은 그동안 타업종에 비해 서비스부문이 크게 낙후되었던 분야.따라서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수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고객만족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환자서비스향상추진위원회를 조직, 상설 가동해왔다. 우수의료진 양성, 보호자 없는 병실 운영, 촌지 없는 병원 등이 주요 실천사항. 또 진료예약제, 예약검사제, 진료비 후수납제, 가정간호사제, 전산처방을 통한 대기시간 단축 등 고객만족 14대 지표를 설정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환자서비스를 위한 첫걸음은 환자와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안동병원의 서비스 내용을 보면 이사장의 경영철학이 철저하게 환자중심으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진료대기 시간. 짧은 시간이라도 심리적으로 무료하고 길게 느껴지는 것이 대기시간이다. 대부분의 병원에선 대기시간을 줄이려고만 노력할 뿐 이 심리적 시간을 활용하는 곳이 별로 없다. 안동병원에선 환자가 진료를 위해 대기하는 동안 '고맙습니다 코너'를 운영, 음료를 대접하면서 환자 쪽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한다.

참고로 일본의 동경대학병원에서는 환자가 접수를 할 때 호출기를 줘 진료시간까지 대기시간을 개인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검사창구 일원화와 진료비 후수납제(後受納制) 등은 철저하게 환자 측 편의에서 고려한 병원 서비스. 환자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을 경우 날짜가 달라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불편을 겪게 마련이다. 검사 일원화 창구란 담당 직원이 해당 각 검사 부서에 연락, 시간을 조절해 줌으로써 환자의 병원 방문 회수를 최소화하는 것.

또 진료비 후수납제는 간단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제도를 과감히 개선한 케이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병원에 도착하면 진료비를 내고 진료를 받은 후 다시 검사비와 약값을 내는 과정을 밟는다. 진료비 후수납제는 전화 등으로 예약한 환자가 우선 진료과로 가서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고 검사나 약을 타러 가기 전에 진료비를 함께 내는 방식. 돈을 내기 위해 원무과를 두 번씩이나 가야하는 불편을 한번으로 줄였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혜

안동병원은 10층 대강당에 대형스크린을 마련, 우수한 영화를 매일 상영하는 무료영화감상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입원환자와 보호자의 지루한 병원생활을 위로하고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환자들의 정서를 돕기 위한 배려다.

또 삼성서울병원과 안동병원은 환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다인 입원실에 개인 커텐을 설치하고 있다.

병원에 가고 싶어도 시간이 없는 사람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야간 진료. 안동병원은 밤늦게 찾아오는 환자를 위해 평일 오후 10시, 토요일엔 오후 5시까지 진료실을 개방하고 있고, 1년 3백65일 휴일이 없는 병원을 표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7월부터 진료의뢰센터를 가동, 환자가 오후 10시까지 오면 이곳에서 의료상담과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입원 중 사망환자 합동 추모제'는 죽은 영혼에까지 서비스를 한다는 안동병원 서비스 정신의 핵심. 추모제는 3천여 송이의 국화와 망인의 위패가 모셔진 제단 앞에서 각 종교단체의 추도의식과 진료과장을 비롯한 임직원의 분향, 아울러 유족의 분향과 헌화 등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추모제의 의의는 이사장의 추도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료진에게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되고, 유가족에게는 병원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훌륭한 기획으로 손꼽힌다.

최근 이곳에선 2억여원을 들여 옥상에 조경시설 및 분수대를 설치, 환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공간을 마련했는데 음식바자회, 꽃꽂이 전시회 등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개방함으로써 지역홍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고 경영자가 참여하는 병원서비스라야 성공

지금까지 병실회진 하면 의사들만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간호사는 물론 행정담당자들도 회진을 돌며 환자의 불편사항을 체크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최고 경영자인 이사장이 회진을 돌고 있다. 이사장은 매일 병실을 돌아보며 직접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불만족 사례와 요구 등을 접수하고 개선을 지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그동안 환자 서비스향상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은 진료과장이 맡았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위원장의 직책을 격상해서 병원장이 맡고 진료부원장, 행정부원장, 간호부장, 기획실장 등이 참여함으로써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회의에서 결정된 주제는 내용에 따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현장조사에서부터 대책마련까지 담당토록 하고 그 결과를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토록 한다.

병원 서비스 감시기능과 피드백

안동병원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친절직원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친절직원이 뽑히면 포상을 하는데 이는 직원들에게 환자들이 항상 당신을 평가하고 있다는 의식을 불어 넣어준다.

또 년 1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병원인식도 설문조사 역시 마찬가지 개념.

삼성서울병원의 경우에는 장장 6페이지에 이르는 설문조사를 매달 입원 3백명, 외래 3백명에게 돌리고 있다. 질문 내용은 원무 행정에서부터 간호, 약사, 의사의 진료행위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는데 주로 대기시간, 친절도, 충분한 설명 등을 묻고 있다. 약사에게는 복약지도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 검사실에서는 검사전 환자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검사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지, 의사에게도 치료내용과 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시켜 주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설립 초부터 촌지없는 병원을 표방한 이 병원은 질문항목에 촌지를 주었는지까지 담고 있어 철저한 감시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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