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아이디어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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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원보가 과연 읽히고 있는가'. 그리고 '읽어서 회사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원보인가'를 알려면 발행일을 늦춰보라는 말이 있다. 원보가 늦어져도 문의하는 사람이 없고, 불편이나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원보 담당자는 다시 한번 자신의 작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름대로 원보 제작에 자부심이 있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독자와 유리되거나 회사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다음과 같은 설문지 항목을 만들어 조사를 해보자.

■당신은 원보를 언제 어디서 몇 분 정도 읽는가
■한번 읽으면 옆에 두고 몇 번이라도 읽고 싶은가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권하고 싶은가
■원보를 읽으면 병원장이나 경영자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보의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이를 화제에 올린 적이 있는가
■인상에 남는 기획이나 내용을 적는다면
■당신이 원보를 만든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지만 항목을 늘리고 좀더 세분화해서 독자의 마음을 읽는다면 원보의 제작방향에 큰 도움을 될 것이다.

기획의 첫걸음 - 병원보 윤곽 그리기

'많이 읽히고 도움을 주는 원보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병원(경영층)이 종사자에게 알리고 싶거나, 알고 있었으면 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첫번째 요건이다. 다음으로는 독자가 궁금해하고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를 다루는 것이다. 병원종사자들이 주로 보는 「원내보」의 경우를 보자. 경영자의 입장에서 원보의 줄거리는 병원의 경영내용, 방침 등 직원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직원들이 궁금해하는 개인의 일이나 부서의 장래, 노동조건, 인사제도, 동료들의 동정, 인사이동을 다루고, 재미있게 읽는 기사로 동료나 개인의 취미, 가정생활 등에 대한 흥미거리등을 담을 수 있다.

따라서 병원경영자의 원보 참여는 고급정보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예컨대 경영진의 원고나 인터뷰를 싣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의 비젼과 솔직한 경영내용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한다. 또 부서탐방과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단순하게 부서와 부서원들만을 소개하는 것보다 경영자가 그 부서를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식을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등을 곁들이면 한결 흥미있고 유익한 기사가 될 것이다.

특히 병원보는 병원종사자 중에 간호사, 보조원, 약사, 원무과 직원 등 여성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여성잡지와 같은 섬세하고 미려한 편집과 내용을 담는 배려도 필요하다. 환자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원외보」라면 병원에 대한 안내와 의사소개 등이 전체 기획의 큰 기둥이 되어야한다. 예컨대 질병에 대한 안내나 전문클리닉 소개, 의사에 대한 정보,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하는 법, 환자들의 불편사항 개선내용 등을 주축으로 흥미있는 오락, 문화정보 등을 가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보는 기업에서 발행하는 사보와 달리 원내외보를 겸하고 있어 성격이 불분명하다. 이를 분리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원내 원외 등 독자의 비중에 따라 기사를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경영자의 올 병원운영계획을 발표할 경우 직원이 아닌 일반독자에게도 정보가 될 수 있는 병원의 불편사항 개선이나 새 장비도입 ,클리닉 개설과 같은 내용을 가미한다.

구체적인 기획의 시작

원보제작은 담당자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머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편집회의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은 지킨다.

■담당자는 지난 호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편집위원들의 생각을 듣는다.
■이번 호 원보의 방향과 병원의 주요행사 등 빠뜨려서는 안될 내용등을 점검한다.
■위원 각자가 평소 메모해 놓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전에 회의 원안을 만들어 돌리고 10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를 갖고 나오게 하면 효과적이다.

■회의가 한사람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위원들 발언을 다양하게 유도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 있도록 편집기획서를 양식화해서 이곳에 메모한 것을 회의가 끝난 뒤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서 1차 회의가 끝나면 2차 때는 제시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취재의 분담, 청탁 집필자 선정, 사진촬영, 마감일등을 구체화하여 작업에 들어간다.

아이디어 창출은 이렇게

고민이 따르지 않는 편집기획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독자의 의표를 정확히 찌를 수 있기 위해선 나름대로 발상법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와 문제의식을 갖도록 한다. 담당자의 목표와 문제의식은 곧 병원의 목표와 문제의식일 수 있으며, 이것이 일치될 때 좋은 기획이 나온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어휘력을 기른다. 우리말도 자주 사용하고 응용해야 필요할 때 머리 속에서 쉽게 떠오른다. 책, 신문 등 다독과 글쓰기를 생활화한다.
■좋은 광고문안, 신문이나 잡지기사 등은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특히 제목을 조합해 보거나 글자를 바꾸거나 뒤집어 보면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지적재산을 기억력이라고 하면 물적 재산은 책, 신문 스크랩, 각종 자료일 것이다. 평소에 좋은 정보를 갈무리해두면 결정적일 때 기획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잘 선별하여 가공해 놓는 부지런함도 필수다. 정보는 필요성에 따라 분류해 놓아야 취사선택할 때 도움을 준다.
다른 원보나 사보를 꾸준히 구해 읽고 평가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나의 단점이나 결점이 다른 원보에서 발견될 수 있다.
■병원의 다양한 부서, 계층의 사람과 교제의 폭을 넓힌다. 술자리나 점심 등 한가로운 시간에 대화를 하다 퍼뜩 들어오는 기발한 착상은 그 맛이 남다르다. 특히 경영진의 비서에게서는 훌륭한 정보가 나올 수 있다. 병원에서 바쁜 사람도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호기심을 길러보자. 항상 모든 일에 참견하고 지적인 호기심으로 즐거워하는 생활을 한다.
무엇보다 병원을 잘 아는 일이 중요하다. 단순하게 병원의 조직이나 운영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원장의 생각, 부서장이나 노조위원장의 속마음, 경영 실태나 개개인의 신상명세, 인맥까지 알아두면 더욱 바람직하다. 원보 담당자라면 필요할 때 병원장을 찾거나 경영진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할 정도의 특권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된다, 무리다, 전례가 없다, 비약이다,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 손이 모자란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아이디어의 걸림돌이다.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생각한다.
■과학자나 예술가를 망라해서 직감은 창조적 행위의 모티브가 된다. 직감은 우리의 뇌 속에 잠들어 있다가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우연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직감도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머리 속에 많은 자료입력과 문제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백화점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본다거나 하는 목적없는 순간여행도 좋고 손에 잡히는 대로 잡다한 책들을 읽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는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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