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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균자냐"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 ‘의무 검사'에 차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오늘 31일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및 외국인 근로자는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뉴스1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오늘 31일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및 외국인 근로자는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뉴스1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외국인 집단 감염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인데 외국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7일 열린 온라인 브리핑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 노동자는 오는 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지자체들 속속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소속 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등록·미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비는 무료며 익명으로 받을 수 있다.

진단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행정명령 위반으로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비용 등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서울시는 검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금까지 확인된 외국인 고용업소 4457곳에 진단 검사 안내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 말고도 지금까지 경기도와 경상북도, 전라남도, 강원도 등이 외국인 노동자의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의 경우 진단검사에서 더 나가 외국인 근로자를 새로 고용할 경우 진단검사를 받은 외국인만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추가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이런 조치는 외국인 노동자 확진자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달 경기 남양주시 플라스틱 공장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간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발생한 확진자 1만428명 중 14.1%인 1466명이 외국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보다 2배가량 늘었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응단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기숙사 등 공동 숙소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차별" 논란도 제기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을 코로나19 보균자 취급한다는 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 15일 "모든 외국인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한 행정명령은 차별이고 외국인 혐오"라며 "한국 국민에게는 왜 그런 행정을 내리지 않느냐?"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17일 오후 9시 기준 2465명이 동의했다. 외국인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떠난적도 없는데 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검사받아야 하냐. 우리가 보균자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건 차별적인 조치다. 역학적 위험도를 따져 범위를 정하고 검사를 해야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게 하는 건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그런 식으로 치면 집단감염이 빈발한 교회 교인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하는 건데 곤란하지 않아. 특정 대상에 대한 협박이자 차별이라 본다”라고 강조했다.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오늘 31일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및 외국인 근로자는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뉴스1

17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오늘 31일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및 외국인 근로자는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뉴스1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을 사전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 반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경기도 행정조치와 관련 "외국인을 고용할 때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한 채용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용 전 코로나 검사는) 차별적인 조치가 아니라, 외국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끔, 사업장이나 회사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 활동을 좀 더 안전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손영래 중수본사회전략반장도 “지난 한 달간 경기도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하는 경로를 보여왔다”며 “이는 외국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감염이 퍼지고, 그 외국인 커뮤니티에 속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각각의 사업장으로 돌아가면서 집단감염이 전개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최모란·허정원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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