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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엘시티도 특검" 野 "못할 거 없어" 기싸움에 투기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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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검을 여야가 합의한 다음 날인 17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은 “LH 특검에 이어 엘시티(LCT) 특검도 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LH 특검과 별도로) 다른 특검을 통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다.

1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등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앞에서 LCT 특혜 분양 의혹 기자회견을 연 모습. 송봉근 기자

1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등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앞에서 LCT 특혜 분양 의혹 기자회견을 연 모습. 송봉근 기자

이날 오후 부산에서 공직자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한 현장 기자회견을 연 김 직무대행은 “국민의힘도 LCT 특혜 분양 의혹을 규명하고 척결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부동산 적폐 청산 출발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LCT 특혜 분양 의혹을 제기하러 간 자리에서 LCT 특검을 LH 특검의 맞불 카드로 꺼낸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즉각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정의당을 제외한 4당 원내대표의 합의로 2017년 8월 민주당에 LCT 관련 특검을 요구한 바 있다.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협의 주체인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LCT만 콕 집어서 (특검) 하자는 건 선거용 아닌가”라면서도 “우리 당은 못할 거 없다는 게 일관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LCT 특검뿐 아니라 여야는 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다. LH 사태를 ‘부동산 적폐’로 규정한 민주당은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지역과 시간적 범위를 최대한 넓히자는 입장이다. 특검을 먼저 제안한 쪽도 민주당이다. 당내 수도권 재선 의원은 “부동산 비리는 오래 쌓여온 일인데, 마치 이번 정부의 잘못으로만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선(先) 검찰 수사, 후(後) 특검 도입’을 주장했던 국민의힘의 태세도 180도 달라졌다. 앞서 국토부가 “투기 의혹을 박근혜 정부 때부터 조사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물타기란 말을 쓰기도 입이 아플 지경”(15일 배준영 대변인)이라던 반응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까지 다 조사하자”(17일 하태경 의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현재 공직자ㆍ지자체장 절대다수가 여권 인사인 점,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엔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수조사 범위도 여야 모두 넓히자는 주장이 나온다. 여야가 전날 합의한 부분은 국회의원 300명이 조사 대상인데, 양측은 서로 다른 ‘+알파(α)’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조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직무대행은 16일 “현재 청와대가 (자체) 전수조사를 하는 중”이라며 수용을 거부했지만, 국민의힘은 17일 오전 청와대를 조사대상으로 명시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냈다. 도의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상범(왼쪽부터), 김성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신도시 부동산투기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상범(왼쪽부터), 김성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신도시 부동산투기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반면 민주당의 ‘+알파(α)’는 4ㆍ7 재ㆍ보궐 선거 후보자들이다. 재보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와 그 직계 가족에 대해 부동산 전수조사를 하자는 거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 박 후보의 LCT 특혜 분양 의혹을 겨냥한 주장이다. 이와 관련 원내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다 같은 선출직 아니냐. 의원들은 다 조사받겠다는데, 시장 후보들이 피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 조사를 맡을 기관에 대해선 국민의힘은 “감사원에 맡기자”고 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감사원법상 국회는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 의원은 국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절차상 도입 시기가 4월 말 이후로 전망되는 LH 특검의 세부사항을 둘러싼 샅바싸움도 시작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내년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특검 임명 방식, 수사 범위와 대상 등을 둘러싼 기싸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김영진 민주당 원내총괄수석부대표와 김성원 국민의힘 수석부대표가 첫 비공개회동을 열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양측의 견해차가 커 대면이든 전화로든 자주 만나기로 하고 회동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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