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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외교부 "미·중 다툼에 한·미는 균열, 북·중은 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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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 외교부 직속 싱크탱크인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에서 열린 『국제형세와 중국외교 청서(2020/2021)』 발간 기념 포럼. [CC-TV 캡처]

지난 12일 중국 외교부 직속 싱크탱크인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에서 열린 『국제형세와 중국외교 청서(2020/2021)』 발간 기념 포럼. [CC-TV 캡처]

중국 외교부 직속의 싱크탱크가 미국과 중국이 다툼을 벌인 결과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긴 반면 북·중 관계는 강화됐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이 지난 12일 국제정세 평가와 중국의 올해 외교 전략을 담아 발간한 『국제형세와 중국외교 청서(2020/2021, 이하 청서)』 한반도 관련 부분에서다.

中 외교부 직속 싱크탱크 '외교청서' 발간 #"美, 한반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가능성" #"北, 몸값 높이려들면 美 군사카드 쓸 수도"

청서에서 연구원은 “미·중 경합(博弈·게임)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북·중, 한·중, 한·미 등 양자 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며 “한·중 관계는 근성과 활력을 보였고, 한·미 동맹은 균열을 보였으며, 북·중 관계는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올해 청서의 한반도 부분은 11페이지 분량으로 “풀리지 않는 난국, 하강하는 경제”라는 제목을 달았다. 코로나19로 남북 모두 어려운 가운데 북핵과 남·북·미·중 간 얽힌 양자 관계가 대부분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북·중은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에 북한 외무성이 나서 중국을 지지하고, 중국군의 한국군 개입 70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각종 기념 활동을 펼치며 협력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 간 통화, 양제츠 정치국 위원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과 10가지 중요 공동인식을 달성한 것을 열거하며 활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 직속 싱크탱크인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제형세와 중국외교 청서(2020/2021)』.

중국 외교부 직속 싱크탱크인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제형세와 중국외교 청서(2020/2021)』.

미·중 경합 속 한국의 '줄타기 외교'를 묘사한 부분도 있다. 한국 외교가 분야를 나눠 안보는 한미동맹, 경제는 공평과 호혜 원칙을 견지하며 개방과 포용 입장을 취하고, 과학기술 영역에서는 전략적 개방성을 견지하면서 기술안보 수호에 노력하고, 가치관에서는 실질적으로 전 인류 공동의 복지를 증진하고 인류 공동가치 실현에 공헌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민주주의를 앞세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국인 한국의 가치관 외교를 평가하면서 민주주의를 뺀 채 중국 외교의 레토릭인 ‘인류’와 ‘공동’을 강조한 것이다. 여러 방면에서 펼쳐질 미·중 경합에 대비해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에 대해 청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북·미가 대화를 재개하면서 관계가 개선되는 경우다. 단 경제가 어려운 북한이 먼저 자제하고 관망하면서 타협적으로 나올 때 관계 개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둘째 북·미가 대화에 조건을 제시하면서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북한은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거나, 미국이 우선적인 핵 폐기 조치를 요구할 경우 현재의 교착상태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충돌 가능성이다. 청서는 북한이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인권문제로 북한을 공격하면서 금융 수단으로 북한을 제재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가 군사 수단으로 북한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청서의 핵심은 북한이 아닌 한국을 겨냥한 부분이다. “미국은 한국에 미국·일본·호주·인도 협력체(쿼드), 클린 네트워크 계획 등에 한국의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한반도에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서는 그러면서 “한국의 선택 여하에 한반도 정세의 긴장 여부가 달려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전략에 끌어들일 경우 한·중 관계는 틀림없이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고 엄포성 전망을 내놨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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