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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구글의 수수료 반값 카드, '反구글법' 막으려는 꼼수?

중앙일보

입력 2021.03.17 06:00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는 전세계 앱마켓 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다. 정원엽 기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는 전세계 앱마켓 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다. 정원엽 기자.

"구글 플레이의 30% 수수료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구글이 15일 '전 개발사 대상 수수료 반값 인하'라며 발표한 내용이다. 게임에만 적용한던 구글 결제시스템 의무 사용을 오는 10월부터 전 콘텐트 분야로 확대하고 30%의 수수료를 받겠다던 구글인데, 갑자기 왜?

무슨 일이야?

구글은 7월 1일부터 앱개발사 수수료율을 반값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정확히는 연매출 100만달러(11억원) 미만에 대해선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없이 수수료를 15%만 받겠다는 것.

· 구글은 지난해 9월 앱 개발사들이 구글의 '인앱결제(IAP)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0개국에 일괄 적용되는 정책으로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인앱결제 적용시점을 연기하더니, 이번엔 수수료율을 내리겠다고 한다.

반값 수수료 맞나?

연매출 11억원 이하에만 적용되는 '구간제 반값'이다. 인앱결제로 앱 개발사가 1000억 매출을 올리면 11억원에 대한 수수료는 15%만 받고, 나머지 989억원 수수료는 30%를 받는 식.

· 구글측은 "글로벌 개발사의 99%가 연간 매출 100만 달러 이하"라며 "기업 규모의 관계없이 대부분의 국내 개발사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 많이 벌 수록 수수료 할인 폭은 미미한 구조다. 예를 들어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정세균 총리를 만나 앱마켓 수수료 문제를 하소연한 스푼라디오(대표 최혁재)는 아이템 판매 매출의 30%인 250억원을 앱마켓에 수수료로 내는데, 구글 정책 변경으로 할인받는 수수료는 1억 6500만원에 불과하다.
·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는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1년 구글 수수료는 1조 4689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비게임 분야(사진·동영상·음악·웹툰·라이프스타일·교육·출판 등)에서 연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5107억원"이라고 전망했다. 조사 대상 기업(게임분야 포함 246개사) 전체가 11억원 이하 구간 할인을 받아도 구글이 손해보는건 최대 406억원이다.

구글 수수료 30% 적용시, 비게임분야 추가 부담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구글 수수료 30% 적용시, 비게임분야 추가 부담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배경이 뭐야?

한국에서 국회와 스타트업계가 '앱마켓 갑질 방지법'을 추진하고, 구글의 안방인 미국에서도 앱마켓 독점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구글을 압박한 핵심 변수로 꼽힌다.

· 국내에선 지난해 말부터 인앱결제 방지법이 추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범정부 기관의 앱마켓 사업자 조사도 시작됐다. 구글코리아와 학계가 함께 만든 '앱 생태계 상생 포럼'의 장대익 의장(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은 이번 구글의 발표에 대해 "한국에서 촉발된 수수료 논의가 전 세계 개발자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 한국보단 미국 내 규제가 구글의 변화를 끌어냈단 분석도 있다. 대형 IT 플랫폼 관계자는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이 지난 3일 구글·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HB2005)을 통과시켰다"며 "구글이 자기 집 앞마당에서 공격받자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매사추세츠·하와이·미네소타·위스콘신 등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추진되는 중.

한국 개발사들엔 희소식?

스타트업이나 소형 개발사는 당장 앱마켓 수수료 부담이 준다. 하지만 다수의 개발사는 '인앱결제 강제'라는 본질은 그대로 두고 수수료만 찔끔 인하한 '꼼수'라며 냉소한다.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김재환 정책실장은 "5~10명 수준 스타트업이면 모를까, 구글플레이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대다수 기업엔 이번 조치가 무의미하다"며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는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익명을 원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도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이라면 300억 이상을 수수료로 내는데 (이번 발표로)1억~2억 원 할인해주는 걸 '반값 수수료'라고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인앱결제 방지법은 어떻게?

"구글의 조치를 지켜보자"던 야당은 구글이 내민 수수료 반값 카드에 고개를 갸웃한다. 여당은 앱마켓 불공정 이슈를 끝까지 밀어 붙이겠단 입장이다.
·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 대·중소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수료를 15%이하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구간제 할인안'을 내놓자 "기대 이하"란 분위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구글의 발표는)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애매한 수준"이라고 했다.
· 여당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홍정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수료 인하와 별개로, 앱마켓 갑질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법안 필요성은 여전하다"며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 문제를 바로잡는 건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oe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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