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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카오ㆍSKT 혈맹, 마침내 ‘무난한 협력’ 하긴 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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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카카오 김범수 의장(왼쪽)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두사람 모두 사회적 가치 실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픽=정원엽 기자

카카오 김범수 의장(왼쪽)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두사람 모두 사회적 가치 실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픽=정원엽 기자

카카오와 SK텔레콤(SKT)이 3000억원대 지분 교환으로 혈맹을 맺은지 1년 6개월 만에 구체적인 협력안을 공개했다. 힘을 합치겠다는 분야는 AI(인공지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IP(지식재산권)이다. 양사는 14일 "한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공동 개발하겠다"며 협력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게 왜 중요해?

양사는 2019년 10월 전략적 협력에 합의하긴 했지만 그 동안 힘 있는 한 방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번 발표 이후 두 기업의 협력의지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 본격적으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12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총 9위(42조 6669억원), SKT는 시총 19위(20조 5902억원) 기업.

· 2019년 10월 양사는 지분 교환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5G 등 미래기술 협력 ▶디지털 콘텐츠 경쟁력 강화 ▶커머스 시너지 창출 등을 주요 협력 대상으로 강조했다.
· SKT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사용자가 바로 카카오TV 영상을 볼 수 있게 한다거나, 아이폰12 공동 마케팅 같은 협력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콘텐트·커머스에서 둘 간 경쟁은 더 치열하고 깊어졌다. 멜론 vs 플로(음원), 카카오TV vs 웨이브(영상), 카카오커머스 vs 11번가(커머스), 카카오모빌리티 vs 티맵모빌리티+우버 합작사(모빌리티). 핵심 사업에서 양사는 판판이 부딪히고 있다.
·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둘은 상호 약점을 보완하기보단 경쟁할 부분이 많아 협력이 쉽지 않았다"며 "최근 네이버가 적극적으로 외부 동맹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고려해, ESG 등 이견이 없는 분야부터 양사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T의 계산

'탈(脫)통신'을 선언한 SKT는 커머스·모빌리티·콘텐트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성과를 내야한다. 대부분 카카오의 핵심 관계사들이 시장 1,2위를 다투는 영역이다. 이번에 협력하기로 한 AI 연구나 ESG 경영은 혈투가 벌어지는 사업과 달리, 대체로 무난한 주제들.

· 사업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지분 교환 당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지분 교환"이라 강조했던 SKT는 모빌리티·커머스에선 글로벌 기업과 손 잡았다. 우버와 티맵 간 합작법인(JV) '우티'가 4월 출범하고, 아마존과 제휴로 11번가를 재정비 중이다. 각각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의 경쟁자들.
· 그러나 장기간 기술투자가 중요한 AI는 다르다. 국내 최대 모바일 통신가입자를 가진 SKT와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가 협력한다면, KT·LG U+가 주도해 LG전자·현대중공업·카이스트 등이 참여한 'AI 원팀'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AI 원팀은 지난해 2월 결성후 최근 산·학·연 AI 생태계를 본격 가동 중이다. SKT·카카오는 지난해 이미 삼성전자를 포함한 'AI R&D 협의체'도 만들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확보하고 그 결과물을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했다.

SKT-삼성전자-카카오가 팬데믹 시대 AI기술 개발을 위해 만든 'AI R&D 협의체'. 올해 상반기 위치 기반의 코로나 위험을 분석하는 '팬데믹 극복 AI'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

SKT-삼성전자-카카오가 팬데믹 시대 AI기술 개발을 위해 만든 'AI R&D 협의체'. 올해 상반기 위치 기반의 코로나 위험을 분석하는 '팬데믹 극복 AI'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

카카오의 계산

경쟁사인 네이버가 미래에셋·CJ·빅히트에 이어 이마트와 제휴도 논의 중인 마당에, 카카오의 외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00개에 달하는 카카오 계열사들의 자체 성장에 집중했다. 기왕에 맺은 SKT 혈맹의 불씨를 살려보자니, 마침 양사 최고위 경영자의 관심사가 겹친다.

· 카카오도 과감한 협력을 기대하기는 했다. SKT와 지분 교환당시 "단순한 사업 협력 계약이 아니라 강력하고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이라고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다.
· 일단, 협력의 단추를 다시 채웠다. 시장서 다툴 필요없는 장기 과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장의 가시적 성과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협력부터 강화할 것"이라며 "김범수 의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문제 해결과 ESG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쪽 분야 협력을 시작으로 AI 등 기술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왼쪽)와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가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카카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왼쪽)와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가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카카오

협력, 앞으론 잘 될까 

양사의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교류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 R&D(연구개발)'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두 회사의 핵심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란 의미일 수 있다.
· 카카오와 SKT는 MOU에서 AI 기술개발에 필요한 텍스트·음성·이미지 형태의 AI 학습용 데이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AI 기술을 공동 개발해 활용하고 학계나 스타트업에도 공개하겠다고 한다.
· 각사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도 공동 지식재산권 풀(Pool)을 구성해 교류를 강화할 방침이며, ESG 공동펀드를 조성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ICT기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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