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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레터] 손잡은 이해진·손정의···수퍼앱, 그 꿈의 끝은 같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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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해진 회장이 돌아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5로 출자해 3월 1일 일본에서 출범한 A홀딩스의 회장이다.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지 4년 만의 ‘경영 최고위’ 복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는 4월부터 회사 회장직은 그만두고, 소프트뱅크그룹·비전펀드 회장직에 집중한다. “투자와 새 먹거리 발굴”이라는, 다음 도약을 위해서다. 이들은 각각 미·중 기업이 양분한 테크 업계에서 ‘제3의 주자’를 꿈꾼다. 두 회장의 꿈이 교차하는 곳이 Z홀딩스다.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LINE)과 야후 재팬을 합친 이 회사, 일본 내 200개 서비스를 거느렸다.

팩플레터 요약본

#1. 이해진은 왜 

이해진 회장은 네이버 창업(1999년) 이듬해 일본 법인을 세울 정도로 처음부터 일본에 주목했다. 10년간 실패를 겪었지만, 동일본 대지진(2011년) 직후 내놓은 라인 메신저가 일본인의 소통 창구가 됐다. 라인은 2015년 월 사용자 2억 명을 넘겼고 2016년 도쿄·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라인은 2019년부터 금융·엔터·인공지능(AI)에 힘을 싣고 간편결제인 라인페이에 집중했지만, 야후재팬의 페이페이(Paypay)와 마케팅 경쟁으로 2019년 1~3분기 339억엔(3800억원) 적자를 봤다. 와중에 야후재팬은 라인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 40대가 주로 쓰는 야후재팬은 라인의 젊은 사용자층과 모바일 노하우가 탐났다. 라인도 일본 내 출혈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태국·대만·인도네시아에서 각각 월 이용자 4700만·2100만·1300만 명을 보유했지만, 왓츠앱 같은 대형 주자와 맞서야 한다.

이해진 회장의 글로벌 전략인 ‘현지화를 넘어선 문화화’를 실현하려면 현지 네트워크가 절실한데, 곳곳마다 투자한 소프트뱅크가 이걸 가졌다. 양사는 2019년 11월 합병을 결정한다. 닛케이는 “소셜에 강한 라인과, 전자상거래 강자 야후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2. 손정의는 어떻게

손정의 회장은 “일본 혹은 아시아에서 세계적 기업이 나와야 한다”라고, 최근에는 ‘세계적 AI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 그걸 꼭 혼자 힘으로 만들 필요가 없고,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통해 인공지능·의료·교육·모빌리티 등 각 분야 160여개 사에 투자해 왔다. 지난 2월 소프트뱅크 결산발표에서는 “이것이 그룹의 시너지”라며 “이 중 20~30개는 일본에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라인·야후재팬이 통합한 Z홀딩스를 지원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인 것이다.

#3. 키맨 신중호

주목할 이는 ‘리틀 이해진’,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Z홀딩스 그룹최고제품책임자(GCPO)다. 그는 네이버가 인수한 국산 검색엔진 ‘첫눈’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이해진 회장의 일본 도전을 도우려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갔고, 2011년 라인을 만들어 최근까지 라인 공동대표를 맡아 왔다.

신 GCPO가 통합 Z홀딩스에서 맡은 역할은 그룹이 내놓을 서비스의 최종 결정권자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각자 내놓던 서비스를 통합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룹 제품위원회에는 네이버·소프트뱅크 출신이 같은 수로 들어가 있는데, 입장이 팽팽하게 갈릴 경우 최종 결정권은 신 GCPO에게 있다. 일본과 아시아, 나아가 세계서 통할 제품 기획과 결정이 신중호 손에서 이뤄지는 것.

2016년 7월 14일 라인의 황인준 CFO(앞줄 왼쪽), 신중호 CGO(가운데), 마스다 준 최고전략마케팅임원(맨 오른쪽)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라인 상장 기념행사에서 타종을 하고 있다. AP

2016년 7월 14일 라인의 황인준 CFO(앞줄 왼쪽), 신중호 CGO(가운데), 마스다 준 최고전략마케팅임원(맨 오른쪽)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라인 상장 기념행사에서 타종을 하고 있다. AP

#4. 이해진·손정의 조건부 동행

소프트뱅크의 투자 네트워크를 라인이 활용할 수 있지만, 기존 투자처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의 한국 내 경쟁자인 쿠팡만 해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로 여기까지 왔다. Z홀딩스는 합병 기치로 “미국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에 맞설 ‘제3극(極)’의 테크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사다. 라인이 34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일본 배달업체 데마에칸 역시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우버이츠와 일본에서 경쟁한다. 라인-야후재팬이 일본의 쇼핑·금융·로컬을 장악할 ‘슈퍼 앱’이 되는 데에는 일단 힘을 합치지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어디까지 한 배 타고 나갈지는 지켜볼 포인트다.

심서현·정원엽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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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3월 9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이해진의 꿈, 손정의의 꿈'의 요약 버전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꿈을 분석한 팩플 뉴스레터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이메일로 팩플 레터를 구독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고 싶다면, 그것도 편하게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하세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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