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서 본 "귤"…심한 기침ㆍ가래에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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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거리에 어느새 귤을 파는 자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기 시작했다.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국내 어디서나 접하기 쉬워지는 귤은 값이 싼 데다 맛도 좋아 쌀쌀한 이맘때 서민을 대표하는 과일로 자리잡았다.

한의학에서 귤은 잎, 열매껍질, 씨를 모두 약재로 쓰고 꽃을 차의 재료로 이용할 만큼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과일이다.

귤 껍질은 호흡기와 소화기 질환에 효과가 있고 묵은 것일수록 효과가 좋다고 해서 `진피(陳皮)'라고 부르는데 예전부터 약재로 사용됐다.

옛날에는 귤껍질 안쪽의 흰부분만 긁어낸 `귤백'과 이를 제거한 나머지 부분 `귤홍'의 쓰임새가 달랐다고 한다.

한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귤백은 주로 비장(脾臟)과 위(胃)의 기능을 보강하고 귤홍은 주로 담(쓸개)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한약재로는 채취 후 1년 정도 지나고 향기가 강한 게 상품(上品)으로 취급됐다.

진피의 가장 유용한 효과는 비장, 위장 등의 소화기를 보강하고 소화불량을 다스리는 효능이다. 늘 복부가 팽만하면서 속이 답답하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구토, 구역질을 느낄 때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진피는 가래가 많은 기침에 유용하다.

특히 끈적끈적하면서 흰 가래가 많고 가슴과 윗배가 답답할 때, 기침이 심해 호흡곤란과 흉통을 수반하는 때에 효과가 있다. 이때는 귤의 흰 속을 긁어버리고 써야 한다.

기침이 심할 때는 진피 160g, 감초 40g을 함께 볶아서 가루를 낸 다음 8g씩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좋다. 가래가 심할 때는 미나리 뿌리 1단과 진피 20g에 물 500cc를 넣고 끓여 즙만 우려내 마시면 효과가 있다.

진피는 또 건조한 날씨에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입욕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귤 껍질의 산뜻한 방향 성분이 피부에 자극을 줘 모세 혈관의 혈액 순환을 왕성하게 함으로써 피부 표면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내장의 작용이 활발해진다는 게 한의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귤 껍질에 함유된 `리모넨' 성분은 피부 표면의 수분 증발을 막아 주는 엷은 막을 만들어 윤기와 보습 시간을 오래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귤 껍질 목욕을 하려면 먼저 귤을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다음 가위나 칼로 가늘게 썬 뒤 통풍이 잘 되는 음지에서 말려 주머니 속에 두 주먹 정도 넣고 입구를 묶어 둔다.

이어 욕조에 물을 받은 다음 이 가제 주머니를 띄운다. 리모넨 성분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만큼 욕조에 들어갈 때 잘 저어 주고 욕탕 안에서도 가끔씩 저어 주면 충분히 우러난다.

광동한방병원의 양한방 전문의(한방내과ㆍ내과) 김동웅 박사는 "중국 진나라때 소탐이라는 의사가 귤을 이용해 많은 병자를 고쳤다고 해서 지금도 인술을 베푸는 의사를 귤정(橘井)이라고 부른다"면서 "그동안 수천년의 생활속에서 검증된 효능인만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귤을 실생활에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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