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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족과 생이별 하루하루가 슬픈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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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더 이상 혼자서는 지겹습니다."

북한에 납치됐다가 북한의 '석방'으로 일본에 돌아온 소가 히토미(44.여)가 귀국 1주년(10월 15일)을 앞두고 잇따라 북한에 있는 가족을 그리는 시.편지를 일본 언론에 공개, 많은 일본인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소가는 1978년 북한으로 납치된 후 월북 미군인 젠킨슨(63)와 결혼, 두명의 딸을 낳고 평양에서 살다가 지난해 다른 피랍 생존자 네명과 함께 일본으로 왔다. 고향인 니가타(新潟)의 섬에서 혼자 살고 있는 소가는 10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공개한 '空'(하늘)이란 시에서 "날개가 있다면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심정을 토로했다.

소가는 지난 4일 교도(共同)통신에 보낸 편지(도쿄신문 5일 게재)에서 "두번째 가을.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결혼한 후 이렇게 오래 혼자 있는 것은 처음이다. 이전에는 가을이 참 좋았는데, 올해의 가을은 싫다. 너무 적적하다"며 가족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또 "지난 1년간 '가족'이란 두 글자의 의미를 아플 정도로 생각했다. 매우 슬픈 날들이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는 미화(장녀) 생각이 난다. 딸의 생일 이틀 전. 전달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갔다"고 적었다. 납치되기 전 예비 간호사로 일했던 소가는 15일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촉탁직원이 돼 건강상담실에서 일한다.

두쌍의 부부가 돼 귀국한 다른 네명은 소가에 비해 비교적 빨리 새 생활에 적응했다. 고향인 후쿠이(福井)현에 살고 있는 지무라 야스시(地村保志.48) 부부는 납치피해자지원법에 따라 컴퓨터 직업훈련을 받았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촉탁직원으로 한글 서류 번역 업무 등을 하고 있다. 그는 후쿠이현의 직원용 임대주택도 제공받았다.

이들 네명이 평양에 남겨두고 온 자녀는 모두 다섯명. 이들은 종종 기자회견.언론접촉을 통해 "하루 빨리 북.일 교섭이 잘 돼 가족들이 일본에 돌아오게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북한에 납치 피해자 다섯명의 가족 여덟명을 귀환시키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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