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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줄던 극단적 선택 2년째 증가...10~30대 사망원인 1위

중앙일보

입력

서울 한강대교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서울 한강대교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설치한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꾸준히 줄어들던 극단적 선택이 최근 2년 연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제ㆍ생활 문제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2년새 14.6% 늘었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년 자살 대책 팩트시트’를 15일 발표했다. 국내외 자살 통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799명, 하루 평균 37.8명에 달한다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자살자 수가 감소해 1만2463명 규모까지 줄어들었던 자살자 수는 최근 2년 연속 증가했다. 2019년 자살자 수는 2017년 대비 10.7%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자 수는 2019년 3564명으로 지난 2018년 3390명과 2017년 3111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년새 14.6%가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2만7336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자살 충동이 있었다’는 응답이 5.2%에 달했다. 자살 충동을 느낀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8.2%), 신체적ㆍ정신적 질환, 장애(19.0%), 외로움, 고독(13.4%), 가정불화(11.9%), 직장 문제(8.7%) 등 5가지 이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살은 국내 10대, 20대, 30대에서 사망원인 1위이고, 40대, 50대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60대 33.7명, 50대 33.3명, 40대 31.0명, 30대 26.9명, 10대 19.2명으로 10대 사망원인의 37.5%, 20대 사망원인의 51%, 30대 사망원인의 39%, 40대 사망원인의 21.7%, 50대 사망원인의 10.4%가 자살이다.

자살 위험군 초중고 학생도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16년 8691명, 2017년 1만6940명, 2018년 2만1438명, 2019년 2만2128명으로 늘었다. 같은 조사에서 자살 위험이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집단으로 분류된 초중고 학생은 2019년 8만1900명에 달한다

자살 위험 청소년들은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9년 청소년 자살 시도율은 3.0%로 중학생 3.6%, 고등학생 2.4%에 달한다. 2015년, 2016년 2.4%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조사에서 청소년들의 우울감이 2015년 남학생 19.7%, 여학생 27.8%까지 꾸준히 낮아졌다가 2016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서 2019년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22.2%, 여학생 34.6%에 달한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자살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2020년도 자살 통계가 오는 9월에 발표된다”라며 “다만 2021년 1월 24일자 뉴욕타임스는 ‘미국 CDC 연구 결과 팬데믹 기간 동안 정신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찾은 청소년들이 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라고 우려했다.

서경주 공동대표는 “미국의 상황을 보면 청소년들이 겪는 고통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무심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어려움을 보듬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임삼진 상임대표는 “팩트시트 내용 하나하나가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라며 “하지만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의 정책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자살대책기본법의 제정을 포함한 범국가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근본적인 자살 대책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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