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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기업 수백 곳 유턴할 때 한국은 10곳 남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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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4년 이후 한국의 ‘유턴기업’의 수가 미국·일본의 5%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주요국과 비교해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턴기업이란 해외에 진출했다가 사업장을 철수·축소한 뒤 본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재개한 기업을 말한다.

인건비 비싼 데다 노조·규제 영향 #기업 94% “국내 복귀할 생각 없다” #코로나로 해외 공급망 약점 노출 #범정부 차원 유턴기업 지원 절실

국가별 유턴기업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가별 유턴기업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4일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본격 시행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총 88개다. 이중 대기업은 중국에서 운영하던 부품공장을 울산으로 옮긴 현대모비스 한 곳뿐이다. 미국의 유턴기업은 2014~18년 총 2411개, 일본은 같은 기간 3339개다. 양국이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유턴기업을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 정책을 펼치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2년 유턴기업 수는 더 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유턴기업이 적은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협소한 내수시장과 수출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 등 해외 진출을 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또한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 비싼 임대료·세금, 강력한 노조와 각종 환경·노동 규제가 국내 유턴을 택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을 압박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노동관계법 등이 한꺼번에 통과하면서 경영권 방어 비용과 노사 갈등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거나,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한 유턴 기업이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유턴기업 중심으로 지원제도 개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유턴기업 중심으로 지원제도 개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 308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복귀 의향을 묻는 질문에 94.4%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소유한 중소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92%가 리쇼어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국내 생산비용이 높다’가 63.1%(복수 응답)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현지 내수시장 접근성’(25%), ‘현지 원청 기업과의 관계’(23%), ‘노동, 환경 등 국내 각종 규제’(9.9%) 순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 의존하는 생산·공급망의 위험성이 드러났고,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취약성이 확인된 만큼 리쇼어링 정책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올해 안에 첨단기업이 리쇼어링을 할 경우 기존 해외 사업장의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해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총 16건의 리쇼어링 지원 법안이 제출되는 등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리쇼어링은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유턴기업들에 대한 세금감면, 고용보조금 지원 외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기업의 제조 공정 혁신, 고급 인력 양성, 산학연 합동을 통한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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