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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맞아도, 집단면역은 63%…변이 대비 '새 백신' 확보 시급"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보름만에 40만명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치는 등 순항 중인 가운데, 접종률 목표를 더 상향하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새 버전의 백신 확보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0일 “감염자의 비율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해도 백신의 효과가 평균 90% 정도라면 달성되는 집단면역 수준은 63%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간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위해 정부가 현재의 접종률 목표를 더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중앙포토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중앙포토

정 교수도 “필요한 집단면역 수준이 80%라면 성인 인구가 대부분 접종해야 겨우 달성할 수 있다”며 “현재의 접종률 목표를 상향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70% 접종 시 집단면역이 달성 가능하다’는 표현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 대상자에서 빠진 청소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인구가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가 집단면역 달성의 가장 큰 걸림돌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변이가 확산해 전파 속도가 빨라지거나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처럼 기존 백신 효능을 떨어뜨릴 경우 집단면역 달성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대전시 예방접종센터로 지정된 유성종합스포츠센터에 걸린 현수막. 김성태 기자

대전시 예방접종센터로 지정된 유성종합스포츠센터에 걸린 현수막. 김성태 기자

정 교수는 “우리가 필요한 집단면역의 수준은 결국 코로나19가 얼마나 전파가 잘 되는지에 대한 측정값(기초감염재생산수)에 달려 있는데, 이 값은 유행과 바이러스 변이에 따라 변동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가 감염재생산수를 43~90%정도 증가 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기존 기초감염재생산수로 여겨지는 3~3.5 정도의 값에서 최소 40% 정도는 더 늘어난다고 예측할 수 있고, 그 값은 4~5 사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문제는 이 변이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점종이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발견이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기초감염재상산수가 4라면 75%의 면역 수준이 필요하고, 5라면 80%의 집단면역 수준이 필요하다. 정부 목표보다 높은 값”이라고 말했다.

특히 접종뿐 아니라 기존 확진자 규모가 집단면역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 유럽 등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도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전시 1호 백신 예방접종센터로 지정된 유성종합스포츠센터에서 9일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전시 1호 백신 예방접종센터로 지정된 유성종합스포츠센터에서 9일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정 교수는 이를 “확진자 수 적음의 역설”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은 약 25%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백신 접종 없이 약 25% 정도의 기저 면역수준을 획득했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는 집단면역 형성에 감염자가 기여하는 비율이 매우 적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항체 양성률(감염되어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약 0.3%다. 정 교수는 이후로 3차 유행이 진행되며 양성률이 높아졌을 수 있지만, 그래도 1%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집단면역은 전적으로 백신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란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3분기에 들어서야 일반 인구집단에 대한 접종이 이루어지고, 그 전까지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만 시행된다”며 “정부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더라도 6월에 겨우 집단면역 수준 20%에 도달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이 접종 전 감염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수준 정도에 불과하며 이 정도로는 사망에 의한 피해는 막을 수 있겠지만, 유행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가급적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빠르게 접종하고 변이에 대응할 업데이트 백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대책은 조금이라도 백신 접종일정을 당기는 것”이라며 “가급적 백신을 많은 인구에게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백신 물량 확보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차선책으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이에 대응할 개량 백신 확보 전략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변이)확산을 대비해 1, 2회 정도의 추가 백신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물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접종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 빨리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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