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감기로 믿다간 신장병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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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신장병을 예방하려면 열 날 때 소변검사부터 하세요'.

어린이가 신장병에 걸리면 소변검사조차 안 하고 지나치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이 '신장병=어른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세대의대 소아과 이재승 교수는 "어린이도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만성신부전 등 각종 신장병을 앓는다"며 "조기에 발견.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으므로 신장 이상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땐 속히 소아과에서 필요한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가장 심각한 신질환은 만성신부전(腎不全)이다. 서울대의대 소아과 하일수 교수는 "만성신부전은 치료를 통해 신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이미 망가진 신장 기능을 정상화시킬 수는 없다"며 "결국 혈액투석과 신장이식을 받는 단계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만성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방광-요관 역류다. 이 병은 방광에 있는 소변이 요관과 신장으로 거꾸로 흘러들어가 요로감염을 유발한다. 요로감염이 반복되면 신장이 손상돼 단백뇨.고혈압.신 기능 이상을 초래하다 결국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한다. 하교수는 "요로감염 환자의 3분의 1에서 방광-요관 역류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요로감염은 세균이 요로를 감염시키는 병이다. 이 경우 어른은 소변을 참지 못하고, 소변을 볼 때 불편한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영.유아기 어린이는 열만 나는 경우가 많아 열감기라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교수는 "어린이가 콧물.기침 등 감기 증상 없이 열만 날 땐 반드시 소변검사와 소변배양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로감염은 항생제를 10~14일 정도 복용하면 잘 낫는다.하지만 남자 어린이 환자는 물론 여자 어린이도 5세 미만이거나 재발한 경우, 또 신장염이 있을 땐 치료 3주 후 초음파 검사.방광 요로조영술.방사선 동위원소검사 등을 통해 요로계 이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일 방광-요관 역류가 있다면 요로감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통상 성장하면서 역류가 저절로 좋아지기를 기다리지만 심할 땐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선천성 수신증도 어린이 만성신부전의 원인이 된다. 수신증은 요관이 막혀 소변이 잘 내려가지 않아 신장에 쌓이면서 신장이 붓는 병. 이 병 역시 조기 진단.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이 내려지면 요로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며, 막힌 정도에 따라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산전초음파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며, 출생 후 6개월 전 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일단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턴 매년 한 차례씩 소변검사를 통해 단백뇨.혈뇨 여부를 검사해 이상이 나오면 곧 신장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혈뇨는 원래 신장.방광 이상이 원인이지만 최근엔 혈중 칼슘 농도가 정상인데도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자녀에게 칼슘이 든 영양제나 칼슘 강화식품 등을 많이 먹여 결석이 발생하면 혈뇨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단백뇨도 신증후군 등 신장에 이상이 있을 때 주로 나온다. 하지만 요즘은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해 신장 세뇨관이 손상된 어린이에서도 종종 단백뇨가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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