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건강, 마음먹기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건강하고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 마음도 편하게 먹고 싶다. 여기저기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먹는 대증(對症)약을 끊고 살 수는 없을까?'

만일 당신이 이런 고민에서 진정 벗어나고 싶다면 해결책이 있다. 6개월 이상 이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면 된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으면서 하루 여섯 종류의 약을 복용하고 지냈던 M씨(65). '지병도 있고 뚱뚱한 내가(1m73㎝.81㎏)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하루하루를 울적하게 술을 마시며 지내던 그는 올 초 우연히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내 몸 개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M씨를 진찰한 담당의사는 그의 질병이 참을성 없는 성격과 매일 마시는 술, 그리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 생긴 비만(체질량 지수 27.06)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체질량 지수(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정상 범위는 18.5 ~ 23, 23 ~ 25는 과체중을, 25 ~ 30은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을 의미한다. 가장 이상적인 BMI는 21이다.

의사는 그의 몸을 '개혁'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M씨는 우선 금주와 더불어 참을성을 기르는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평소 버스가 제시간에 안 오면 초조해 하며 안달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의사는 버스를 한 두 대씩 그냥 보내면서 '기다림'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처방했다.

'내 몸 개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초조한 성격, 매사가 분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고혈압.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과 소화불량증 등 위장관 질환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초조한 느낌이란 것도 속에서 열이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신체적 변화에 의한 반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민감한 반응과 변화를 극복하고 견뎌보는 지속적인 훈련을 하면 심신의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M씨도 처음엔 버스를 놓치면 마음이 초조했다. 하지만 일부러 한 두 대씩 놓치는 훈련을 통해 이제는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도 불안과 초조함을 훨씬 덜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는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하루 30분씩 빠른 속도로 걸었다. 한 달이 지나면서 그는 이전에 자주 경험했던 소화불량과 두통이 거의 없어지면서 습관적으로 복용했던 대증약들을 끊을 수 있게 됐다.

비만 해소도 개혁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그는 본격적인 체중감량을 위해 금주 이외엔 특별히 먹는 양을 줄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술을 끊은 것만으로도 체중이 5㎏이나 빠진 4개월째부터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체중감량을 도와주는 약물복용과 함께 매끼 먹는 양을 줄여 간 것이다.

6개월간 이런 과정을 변함없이 실천한 덕분에 M씨는 지금 68㎏의 정상체중을 유지함은 물론 고혈압 약 두 가지는 끊고 당뇨병 약도 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는 현재 정상 혈압과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유 교수는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 따라준다고 생각하는 사람, 약 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우선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나쁜 습관을 교정하면 누구나 건강하고 10년 이상 젊은 외모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 일단 습관화된 성격과 행동을 고치기 위해선 처음 6개월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목표를 실천하는 게 좋다.

◇ '내 몸 개혁 프로그램'이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국내 처음 실시하는 맞춤형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 약을 사용하지 않고 인지행동치료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바꾸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금연과 체중 조절을 통해 건강해지고 싶지만 잘 안되는 사람, 대증약(對症藥)이나 만성질환 약을 끊거나 줄이고자 하는 사람, 미래와 노후를 대비하는 건강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9월 1일부터 단체로 실행 예정으로 20명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의사는 참가자의 성격.가정.직장.환경 등을 고려해 개인의 건강상태에 맞는 과제를 내 준다. 환자는 약 10회 정도 병원을 방문, 실행 과정을 점검해 '처방'을 받는다.

참가비는 6개월 동안 진료 횟수.처방 횟수와 상관없이 400만원이며, 프로그램 전.후에 건강검진을 한다. 문의: 02-760-3331.

ADVERTISEMENT
ADVERTISEMENT